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사이의 분쟁이 ‘256억 원’ 포기라는 거대한 담론에 덮였다. 뉴진스 완전체를 위해서라면 256억 원도 아깝지 않은 ‘뉴진스 맘’의 숭고한 희생일까 아니면 ‘전략가’ 민 전 대표가 둔 또 다른 ‘신의 한 수’인가.
민 대표는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주주간 계약 관련 소송에서 이기면서 하이브로부터 받아야 할 256억 원을 받지 않겠다는 돌발 승부수를 던졌다. 단, 조건이 달렸다. 모든 법적 분쟁을 종결하고, 창작의 무대에서 실력으로 붙자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완전 승리를 거둔 승자가 베푼 아량, 그런데 정말 그럴까.
시나리오 1: 하이브의 '퍼펙트 게임', 민희진에겐 '재무적 파국’
사진=하이브
우선 이 돌발 선언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 먼저 민 대표가 엮여있는 여러 소송에서 그가 완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시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다. 현재 어도어는 민 대표와 뉴진스의 전 멤버 다니엘 가족 1인에게 43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및 위약벌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빌리프랩(20억), 쏘스뮤직(5억) 소송도 고려하면 민 대표가 지켜야 할 돈은 이미 456억 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만약 하이브의 손을 들어준다면 민 전 대표는 이 배상금을 고스란히 짊어진다.
여기에 ‘이자’의 공포가 민 대표의 뒤를 노린다.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소송촉진법'에 따라 연 12%라는 무시무시한 지연 이자가 붙는다.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에 5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이자만 원금의 60%인 273억 원으로 불어난다. 또한, 패소와 동시에 수억 원대의 인지대와 상대방 변호사 비용마저 떠안게 되면 최종 부채는 800억 원대로 치솟는다.
시나리오 2: 법원이 깎아줘도 시달리게 될 '승자의 저주'
사진=YTN 보도 화면 캡처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원이 하이브가 요구한 전액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위약벌 조항이 과도하게 무거울 경우 민법 제398조 등을 근거로 금액을 감액하는 경향이 있다.
법조계의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하이브가 청구한 금액의 30%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142억 원 내외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장기전의 늪이 이어지면 12%의 지연이자(약 85억 원)가 발생한다. 또한, 대형 로펌을 선임해 3심까지 방어하는 데 드는 수임료 역시 감안하면 최종 순현금 흐름은 자연스레 마이너스에 도달한다. 법정에서는 이겼을지언정, 지갑은 텅 비어버리는 결과다. 하이브가 노리는 지점이 바로 이 '재무적 고사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나리오 3: 256억 포기면 사실 싸게 막는 것인 이유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던진 256억 원 포기 카드는 이 장기전의 늪을 단번에 건너는 선택으로 보는 것이 여러모로 타당하다. 1심에서의 승소를 통해 발생한 이 256억 원은 민 대표의 말대로 “누군가는 평생 일해도 못 만져볼 돈”인 동시에 민 대표 역시 아직 만지지 못한 미확정 자산이다. 반면 하이브가 청구한 456억 원은 확정되는 순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재적 위협’이다.
특히 하이브는 법원에 292억 원의 공탁금을 걸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법원에 292억 공탁금을 낸 것은 개인의 현금 유동성을 말려 소송 수행 능력을 고갈시키는 대기업 방식의 '청야 전술'이다. 이를 상대하는 민희진 대표의 포기 선언은 연 12%의 고리가 붙는 부채 폭탄가능성과 장기전 유지 비용을 끊어내기 위한 '고도의 일괄 타결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결론: 하이브는 민희진의 세련된 ‘출구전략’을 허락할까?
사진=연합뉴스, OSEN
민 대표는 이미 제안을 마쳤고, 공은 하이브로 넘어갔다. 이 제안을 받으면 하이브는 혹시 모를 256억 원의 지출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가 내건 깃발은 ‘경영권 찬탈’, ‘템퍼링’이다. 물러나기엔 너무 멀리 왔고, 시장에서의 위상(혹은 체면)을 고려해도 끝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 대표는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빨리 모든 법적 분쟁을 종결하는 편이 유리하다. 하이브와 싸우는 것 같아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민 대표는 현재 ‘시간’과 싸우고 있다. 대법원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 법정에서 허비하는 에너지가 그를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희생’과 ‘상생’ 등 화려한 수사로 감싸진 256억 원 포기 선언의 실체는 결국 민 대표가 설계한 가장 세련되고 아름다운 ‘탈출 설계도’다. 끝까지 가서 파국을 보느냐, 아니면 여기서 실리를 챙기며 멈추느냐. 하이브가 두드려야 할 계산기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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