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드라마를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직접 사과했다.
오늘(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박준화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앞서 16일에 종영한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이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의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다.
아이유, 변우석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은 이 드라마 최종화는 13.8%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연출자인 박 감독은 앞서 '환혼',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을 선보인 베테랑이다.
그러나 방영 내내 고증 오류와 미흡한 연출,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회 이안대군의 즉위식 장면에서는 제후국의 관모인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천세'를 연호한 것이 논란의 불씨를 크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일제강점기·2차 세계대전 등을 겪지 않은 21세기 대한민국에 입헌군주제가 남아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정작 극 중 의례나 복식은 중국식 황제와 제후의 질서를 떠오르게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조선을 자신들의 제후국이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역사왜곡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취재진을 향해 "앞서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불편한 자리와 죄송스러운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없이 사과 드린다. 모든 게 제 불찰이다"라며 고개 숙였다.
그는 "제가 너무 무지했다. '21세기 입헌군주제'란 것 자체가, 가상의 현실이고 판타지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더 극적인 상황을 만들려고 무리를 한 게 아닐까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드라마 촬영시 고증 전문가들 있었는데도 이런 부분을 놓친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감독은 "촬영장에도 고증해주시는 교수님이 있었고 작가님이 대본을 쓸 때도 고증을 받은 걸로 안다. 다만 이 드라마는 일제 치하 등 힘들었던 역사가 없는 형태의 조선왕조가 6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 되고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됐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 인식과 드라마 속 판타지적 요소가 조금 다르게 비친 것 같다. 역사의 아픔은 빠졌지만, 전체적인 자문은 조선 왕실의 당시 상황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판타지다 보니 현실과 다르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마지막화도 단순히 조선 왕조의 즉위식을 구현하고 싶다는 욕심 말고, 오히려 자주적인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작가님과도 서로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님도 많이 자책하고 계신다”라고 전했다.
사진=오센
일각에서는 일본, 중국의 자본이 들어온 드라마가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자본까진 제가 잘 모르지만 의도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보면 아시겠지만 무도회 장면 같은 게 자주 나온다. 작가님은 오히려 유럽에 있는 왕조 중 하나를 선택한 거다. 제가 순정만화 같단 말을 많이 한 이유도 드라마 '브리저튼' 같은 느낌이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극 중 성희주가 왕실에 들어간 뒤에도 한복보다 현대 의상을 주로 입은 점이나 성희주와 대비가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중국식 다구를 등장시킨 점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감독은 “성희주를 대비 윤이랑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려고 했고 한복을 입지 않은 것도 그 설정의 연장선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다기는 현대식 다기인데, 차를 버리는 장면에서는 편의를 위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는 팬들을 떠올리면서도 눈물을 보인 그는 "SNS에서 한 어르신이 ‘21세기 대군부인’을 시청하는 모습을 봤다"며 “자녀분이 ‘재미있어, 아빠?’라고 물으니 ‘너무 재미있어’라고 하시더라. 무도회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을 보시면서는 ‘너무 감동이야’라고 말씀하신 게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저는 무도회 장면이 서양식이라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며 기뻐하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힐링하신 팬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는 생각이 들어 죄송했다”고 덧붙였다.
주연 배우인 아이유, 변우석이 직접 올린 사과문에 대해서는 "미안함이 크다"라며 "배우보단 제가 사과해야 하는 게 맞다. 배우들은 스토리를 잘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다. 제가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동안 우리 팀이 다 고생을 많이 했기에, 제가 마지막화 끝나고 다들 고생했단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하지만 차마 못 했다. 이런 논란으로 인해 (팀원들이) 그런 보상을 못 받는 상황이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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