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오터널
올여름 장마는 장기간 이어지면서 장마 기간, 강수일수, 강수량 등 각종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중부지방 장마는 54일 동안 이어지면서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되었다니 옷 마를 시간이 없다는 표현이 맞다. 가뜩이나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집 밖을 두문불출 하게 되었는데 연일 비가 오다 보니 산행과도 자연스레 멀어지는 발길이다. 긴 장마 기간에 가뭄에 콩 나듯이 반짝하는 햇살이 너무나 반가운 이때, 모처럼 맑다는 일기예보 소식에 먼 길을 나선다. 철원 복주산은 서울에서 자차를 이용해도 2시간 거리에 있다.
△ 들머리(하오현)
복주산(1,152m)은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과 화천군 상서면 사내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광주산맥에 속하는 산으로 남서쪽에 광덕산(1,046m)과 명성산(923m), 북동쪽에 대성산(1,175m)이 솟아 있다. 수피령에서 복계산을 넘어 온 한북정맥이 복주산~광덕산~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있다.
‘복주산’이란 이름은 옛날 하나님이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홍수를 일으켜, 온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 이 산의 봉우리만 물 위에 주발(복주께)만큼 남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1,000m 고지가 넘는 높은 산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나 싶다. 복주산은 한북정맥 코스로 주로 복계산을 넘어와 연계 산행을 한다. 하지만 자차 회수가 곤란하거나 복주산만을 보려면 하오터널에서 시작하여 다시 돌아오는 하오터널 원점회귀 산행을 하면 좋다.
△ 하오현 등산로 이정표
하오터널은 광덕산과 복주산 사이의 고개인 하오현을 터널로 뚫은 길로 철원군 잠곡리와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를 이어준다. 복주산은 하오터널 입구 관리사무소 앞 공터에 주차하고 하오터널 위인 하오현으로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수피령에서는 비가 흩뿌리더니 하오터널을 지나오자 하늘이 개는 모습이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하얗던 구름에 먹물이 번지기 시작하고 산 전체를 감싸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정말 올해 장맛비는 산까지 잠기게 하려는지 지겹게 쫓아 온다. 한여름이라 내리는 비는 시원하게 산행에 도움을 주지만 비옷도 준비 안 했으니 몸이 젖고 등산화가 질척이게 됐다.
△ 하오현 오르는 길
하오터널에서 하오현까지는 무난한 숲길이다. 하지만 하오현 도착전 회목봉으로 오르는 등산 리본을 먼저 보게 되어 반대로 오를 뻔했다. 복주산에서 화목 봉으로 올라 광덕산으로 이어지게 하는 한북정맥 꼬리표인데 무심결 따라가면 복주산 반대로 오르는 것이 된다. 하오현에서 무조건 오른쪽에 복주산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오현 이정표를 보고 되돌아 내려와서 복주산으로 오른다. 복주산은 돌멩이 찾아보기 힘든 흙산이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이니 오르기가 힘들어진다. 다행히 군사지역 참호길로 만들어 놓은 폐타이어 계단 등이 도움을 준다. 오지 중의 오지이다 보니 산속에 들어오니 안개비에 어둑어둑해진다. 분명 장맛비가 그치고 맑은 날씨라 했는데 복주산을 비구름이 넘지를 못했나 보다.
△ 해발 1,152m 철원 복주산 정상
산 아래는 비가 쏟아지는데 복주산 정상에 다다르니 산 정상부만 해가 떴다. 그것도 정상석만 비출 만큼... 복주산 이름에 걸맞은 전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주는 듯하다.
오늘 철원의 날씨는 늦게 물러가는 장맛비 속에 복주산 정상만 복주께 (주발 뚜껑) 만큼 맑음이다. 복주산 인증도 맑은 날씨 속에 남긴다.
정상을 벗어나자마자 다시 우중 산행이다. 참 무엇에 홀린 듯한 기분이다. 빗물에 젖은 복주산 등산로는 잔뜩 신경을 쓰게 하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하오터널에서 복주산 정상을 다녀오는데 대략 6.6km, 휴식 시간 제하고 4시간 정도 걸린다.
제공 = 국내유일 산 전문채널, 마운틴TV (명예기자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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