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터뷰] “범죄 예방, 온 사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김경한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

2016.09.23 오전 09:26
여의도 한국범죄방지재단은 전 법무장관을 지낸 김경한 이사장의 새로운 일터이다.

김경한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2009년 법무부장관직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후 법률자문을 해오다 2014년부터 이 일에 매진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범죄방지재단은 정해창 전 법무부장관이 범죄방지 활동을 위해 지난 1994년에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민간차원의 범죄방지와 범죄인 교화’라는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모여 현재 700여 명의 개인회원과 100여 명의 법인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잡초처럼 끈질기게 일어나는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은 물론 민간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김 이사장은 갈수록 범죄 유형이 지능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민간참여를 통한 범죄와의 투쟁’이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벽화그리기 사업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다채로운 아이디어 발굴과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 5월 열린 ‘범죄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학술세미나에서는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분석하고 이에 관한 대책 마련이 긴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범죄자에게 진술 거부권을 인지시키는 ‘미란다 원칙’이 있듯이 피해자들에게도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알려줄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경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한국범죄방지재단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나?

심포지엄과 세미나, 강연회 등을 수시로 개최한다. 지금까지 약 40회에 걸쳐 그때그때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주요 범죄에 대해 분석하고 대책에 대해 논의해왔다. 각계 전문가와 관련기관, 언론과 일반 청중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범죄방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재단의 회원들이 교도소와 소년원 등 재소자에 대한 상담과 강연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무의탁 재소자 가족을 지원하는 등 범죄인들의 재범방지를 위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재소자와 출소자, 범죄피해자를 돕는 영세 민간단체 10여 개에 대해 재정적인 지원 역시 하고 있다.

이밖에 매년 범죄 문제 연구에 있어 두드러진 업적이 있는 학자나 공적이 큰 인사에게 각각 ‘한국범죄방지재단 학술상’과 ‘공로상’을 주고 있고, 재단 잡지 「범죄방지포럼」을 비롯해 수시로 범죄관련 논문집이나 조사연구보고서 등 단행본을 발간해 전국에 나눠주고 있다.

Q. 재단의 회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현재 700여 명의 개인회원과 100여 개의 법인회원이 있다. 개인 회원 중에는 범죄 문제를 다루다보니 법조인, 특히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상당수 있다. 그 밖에 대학 교수나 전 · 현직 공직자, 기업체나 사회단체 임직원, 일반시민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법인회원으로는 기업체를 주축으로 범죄예방 관련단체와 각종 협회, 연구기관 등이 있다. 모두 자발적으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Q.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대부분의 공익법인과 마찬가지로 재정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우리 재단도 마찬가지다. 재단 회원들이 적게는 1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500만 원에 이르기까지 매년 내는 회비가 기본 수입이다. 또, 몇몇 기업과 협회에서 2천만~5천만 원 정도 기부해주는 데서 도움을 받고 있다.

Q. 대안은 없는가?

정부의 보조금을 좀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은 순수하게 민간의 힘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Q. 벽화그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계기와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최근 떠오른 ‘셉테드(CPTED, 건축물 등 도시시설을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는 기법과 제도 등을 모두 일컫는 말)’ 즉, 범죄예방 환경설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학교 뒤편이나 골목 등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는 어둡고 후미진 곳은 폭력이나 성범죄 등 범죄와 비행의 장소가 되기 쉽다. 이처럼 우중충한 분위기의 골목길 담벼락에 밝은 분위기의 벽화를 그려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주변 환경을 정화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재정적으로 도움을 줬고, 김포대학교가 재능 기부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작구청이 지정한 3곳의 우범지역에서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셉테드’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된 만큼 우리도 앞으로 벽화그리기 사업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Q. 범죄피해자보호법 시행 10주년을 맞았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범죄자의 인권문제는 관심 대상이었지만, 범죄 피해자 문제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부족했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이들의 고통을 나누고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

다행히 1987년도에 범죄피해자 문제가 처음으로 헌법에 등장했고, 특히 10년 전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정부에 범죄피해자지원기금이 마련됐다. 또, 범죄피해자가 범죄의 정보를 제공받는 등 형사절차에 직 ·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심리치유 등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된 것도 성과이다.

남은 과제는 흩어진 관련 법규를 통합하고 단순화시켜 ‘통합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련 기금 예산도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고, 정부와 민간단체의 역할 분담도 좀 더 구체화돼야 한다.



Q. 우리나라의 범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엽기적인 살인이나 묻지마 범죄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범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번지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통계상 우리나라의 주요 범죄 발생률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다소 낮은 편이다.

범죄 발생률은 그때그때 사회 · 경제적 상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단적인 예로 2006년부터 매년 4만 6천 명대를 기록했던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 수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4만 9천 명대를 기록했고, 이후 경제 안정을 되찾으면서는 4만 천 명대로 줄었다가 경기가 위축되면서 2014년도에는 5만 명대를 기록했다. 훨씬 이전 IMF 경제위기 당시 수용자 수가 7만 명을 웃돈 적도 있다.

그 밖에 대가족제의 유교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빈부의 격차에 따른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Q.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은?

병에 대한 치료보다 미리 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범죄도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인성교육과 준법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루어지는 학과 교육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어린 시절에 받은 교육은 장차 범죄나 비행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면역으로 작용할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장기적인 계획으로 출소자들의 사회복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하나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열심히 자금을 모으고 어떤 분야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적절할지 고민하고 있다. 셉테드 관련 활동도 열심히 추진하겠다.



[YTN PLUS] 취재 강승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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