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가지 이야기’ 05.

2020.06.08 오전 09:10
● 멋진 세상 속 건축_ 평당 건축비 아파트에는 통하지만 단독주택에서는.. 평당 건축비가 예산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평당 건축비 아파트에는 통하지만 단독주택에서는..
집을 지을 때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바로 예산의 문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예산 안에서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현실은 내가 원하던 바와 정반대로 흘러갈 때가 많다. 주변에 집을 지어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나 같이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예산보다 훨씬 초과되었다는 말뿐이다. 분명 집짓기 전에 예산에 대한 계획을 세웠을 텐데도 예산 범위 안에서 집이 지어지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집을 지을 때 소요되는 건축비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만 있다면 집짓기를 결단하기도 한결 쉬울 텐데. 집짓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끝내기까지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단적인 예가 바로 기초공사다. 집의 무게를 지지하게 될 기초는 구조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건물을 아무리 튼튼하게 잘 지었다 할지라도 기초가 부실하면 건물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기초는 단단한 땅 위에 세워져야 건물을 제대로 지지하게 된다. 기초공사는 땅을 파보고 직접 땅 밑의 상태를 보기 전까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기초공사를 위해서 땅을 팠는데 지하수맥이 지나간다던지 암반이 나온다면 수맥을 차단하고 암반을 깨는 작업에 드는 비용이 기초공사 비용보다 더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비용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평당 건축비를 예상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단독주택에 비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평당 얼마짜리에요?”라고 누가 물으면 쉽게 답을 해줄 수도 있다. 아파트는 대게 획일화된 평면과 인테리어 그리고 심플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스형태의 공간을 가지고 있어 수직적인 변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평당 건축비에 맞는 마감사양도 모델하우스를 통해 미리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아파트 분양업체에서 제시하는 평당 건축비와 마감사양이 머릿속에서 매치가 된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건축비용과 마감사양을 비교해서 적당하다고 판단되면 선택하고 그렇지 않으면 선택을 안 하면 그만이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처럼 공사 도중에 구조를 변경하거나 실내마감 사양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듯 똑같은 공간을 찍어낸다. 모델하우스에서 내 눈으로 보고 만져본 그대로 100세대 500세대 1,000세대가 만들어진다. 아파트의 단점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맞게 공간을 계획하다보니 천편일률적이고 단순한 구조 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입장에서는 집짓기를 하면서 생길 수 있는 큰 고민거리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똑같이 지어져야 하기 때문에 건축주라 하더라도 내부 공간 구조와 인테리어 마감에 대한 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 혹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원하는 주방가구가 설치되지 않더라도 변경을 하고 싶으면 입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면 입주할 때까지 변경사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공사비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가 지어지는 동안에 시공사와의 분쟁이 생기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파트를 사는 것은 가전제품을 살 때와 그 절차와 비슷하다. 사고 싶은 가전제품이 있을 때 먼저 우리는 제품에 대한 사양을 검토한다. 내가 원하는 사양이고 가격만 맞으면 즉시 구매를 결정한다. 이렇듯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도 모델하우스에서 벽지, 바닥재, 욕실 타일 등 실내 마감사양을 확인하고 가격이 맞으면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평당 건축비를 예상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아파트는 직사각형 형태에 일정한 벽 높이를 가진 정형화된 공간을 가지고 있다. 반면 단독주택은 외부 형태만 보더라도 정말 다양하다. 형태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가진 공간 계획도 가능하다. 주택의 스타일에 따라 지붕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지붕 모양을 잘 활용하면 실내의 수직 공간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붕 내부에 다락공간을 만든다던지 지붕 내부를 오픈시켜서 실내가 높게 보이게 하는 등의 변화를 줄 수 있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그 형태도 스타일도 공간구조도 건축주의 성향이나 생활패턴에 따라 제각각이다 보니 건축비를 면적으로 산정하기가 어려운거다. 주방가구 세트의 가격 차이만으로도 집 천체의 평당 건축비가 크게 차이날 수도 있다. 면적이 90m2(약 30평)인 집에 400만 원짜리 주방가구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1,000만 원짜리로 업그레이드를 시키면 600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이 금액을 집의 면적(30평)으로 나누면 평당 건축비는 20만원이 상승하게 되는 꼴이다. 주방가구를 고르다보니 가격이 2,000만원인데 마음에 들어서 설치하고 싶다면 그 만큼 평당 건축비가 올라가는 거다. 
집에 들어가는 아이템이 어디 주방가구뿐이겠는가. 이외에도 수십, 수백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아이템을 하나하나 선정하고 그 가격을 건축비에 합산해야 최종 건축비를 산정할 수 있다. 예산을 세우는 일은 이처럼 복잡하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평당 건축비는 얼마나 되죠?"라는 질문은 그래서 무의미하다.



집을 짓고자하는 사람들이 예산과 관련해서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군가가 "평당 얼마에 지어드릴게요" 라는 얘기를 했다면 꼭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건축주의 입장에서 "평당 얼마에 지어주세요"라는 얘기를 건설사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집짓기를 계획하는 예비 건축주는 이 두 가지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려야 한다.

평당 건축비가 예산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단독주택의 평당 건축비의 개념은 아파트와 다르다. 집을 짓는 동안 혹은 집을 완성한 이후에도 건축비에 대한 의견차이로 인해 건축주와 시공자 간의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건축비에 대해 건축주와 시공자 간에 의견 조율이 있었을 테고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체결했을 텐데도 말이다. 계약대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별 문제가 일어날 것 같지 않은데 꼭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는 비단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설계업무를 진행한 건축가와 건축주가 충돌할 수도 있고, 시공사와 건축가 사이의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모두가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다. 아파트 건축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건축주가 직접 시공사와 아파트 설계자를 만나 의견을 교환할 일도 의견차이로 인해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오히려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집짓기 과정에서는 의외로 많다.
이런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예비건축주가 집짓기를 결심하고 집을 완성시키기까지의 일반적인 과정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건축주는 먼저 건축가를 찾아 설계를 맡긴다. 건축가와의 수차례에 걸친 설계 미팅을 통해 꿈에 그리던 설계도를 완성한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은 오롯이 건축주의 몫이다. 하지만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는 건축주가 여러 조건을 갖춘 시공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건축주는 설계를 진행한 건축가에게 시공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다. 설계자는 2~3곳의 시공사에게 시공견적을 의뢰하기위해 설계도면을 보낸다. 설계도면을 받은 시공사는 그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견적작업을 한 후 설계자에게 전달한다. 시공사로부터 견적을 받은 설계자는 견적서를 취합해 검토한 후 건축주에게 의견을 제시한다. 건축주는 건축가의 의견을 참고해 최종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한다. 어떤가. 여기까지만 보면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이 뭐 그리 복잡할 일도 고민할 일도 아닌데 호들갑을 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때부터 상당한 스트레스가 몰려든다.

건축주 입장이라면 누구나 집을 지을 때 자기 집처럼 애정을 갖고 지어줄 시공사를 찾고 싶다. 게다가 공사비용도 저렴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똑같은 설계도면을 가지고 견적 작업을 해서 보내온 견적 내용도 건축비도 시공사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건축비용에 차이가 있다 보니 건축주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예산이 넉넉지 못한 건축주라면 최저가격으로 제안한 시공사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싼 가격만큼 시공 품질이 걱정이다.  
같은 설계도면을 가지고 견적을 내는데 왜 시공사마다 공사비 내역이 다를까? 아파트와 같이 박스형태의 평면과 수직공간의 변화가 없는 집을 가지고 견적을 받아본다면 시공사 간의 금액적인 오차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집은 설계도면에 표현하지 못해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숨어있다. 설계자의 의도와 건축주의 생각을 한정된 도면상에 다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계도면상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시공사마다 다를 수 있다. 도면을 해석하는 차이는 고스란히 견적서에 나타난다. 설계 디테일에 따라 시공의 난이도가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시공 난이도가 높으면 당연히 시공단가는 올라갈 수 있다. 그 난이도를 해석하는 차이가 크면 시공사마다 제시한 공사비의 차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도면을 가지고 견적을 내는데 무슨 해석 차이가 발생하느냐 반문 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도면의 해석차이로 인해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간에 끊이지 않는 공방전이 실제 집짓기 과정에서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모두가 돈과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쉽게 설명하겠다. 설계도면을 보니 벽 마감이 벽지로 되어있어 견적작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대게는 벽지 회사와 모델명은 설계도면에 표시되어있다. 그러나 부자재와 인건비에 대한 표시는 없다. 이 부분은 오롯이 시공회사가 판단해서 견적에 반영하게 된다. 여기서 해석의 차이에 의한 변수가 생기는 거다. 도배작업에 투입될 인력을 몇 명으로 볼 건지. 어떤 작업자를 선별해서 투입할 것인지에 따라 비용 차이가 생긴다. 소위 A급 시공자와 B급 시공자의 인건비는 1.5배까지도 차이 날 수도 있다. 경력과 보유 기술 그리고 작업 시 꼼꼼함 정도에 따라 공정별 작업팀의 시공 품질 차이가 확실하게 난다.



예산과 상관없이 계획안대로 지을 수 있다면 무슨 걱정과 고민이 있겠는가.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집을 지어야 한다면 내가 가진 예산에 맞게 일부는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고품질의 마감사양으로 치장된 집을 원하면 그 만큼의 비용을 투입하면 된다. 적절한 비용이 투입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혹시라도 '싸고 좋은 집'을 짓고 싶다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욕심을 버리자. 오히려 '하나를 얻었으니 다른 하나는 내려 놓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기사 출처_ 데일리 에이앤뉴스_ Daily AN NEWS ‧ ANN TV(ANN NEWS CENTER) 제공
안정원(비비안안 VIVIAN AN)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IAB자문교수
기사 제공_ 에이앤뉴스그룹(데일리에이앤뉴스_ 건설경제건축디자인문화예술종합미디어뉴스‧에이앤앤티브이_건축디자인건설미디어뉴스채널 ‧ 에이앤프레스_ 건설지전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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