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120만 명을 넘는다고 하죠.
그야말로 다문화 사회, 우리의 문화 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문화가 함께 뒤섞여서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걸맞게 최근의 한국영화들도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시선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이런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봅니다.
[질문]
올초에 흥행성공한 '의형제'에 보니까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도 나오고 하던데요.
요즘 다문화를 다룬 영화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영화는 늘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이죠.
그만큼 사회의 변화상도 영화에 어떤 식으로든 투영이 되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다보니까 영화에서도 그런 설정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문화 사회에 대한 시선을 담아낸 영화들은 대부분 독립영화 진영에서 많이 만들어졌는데요.
주로 다른 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타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 경우가 많았죠.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계몽적인 호흡보다는, 재미와 감동이 묻어나는 휴먼 드라마적인 접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상업 영화 쪽으로도 그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질문]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변]
우선 지난해 여름에 개봉한 '로니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습니다.
코믹 휴먼 드라마적인 호흡으로 다른 문화를 껴안고 포용하는 태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입니다.
유준상 씨가 경기도 중소도시의 태권도 도장 인호라는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도장이 하도 파리를 날리다 보니까 대련 대회를 여는데요.
여기서 로니라고 하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청년에게 한 방에 당하고 맙니다.
한마디로 망신살이 뻗친 것이죠.
인호는 자신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또 다른 방글라데시 젊은이 뚜힌과 함께 로니를 찾아 나섭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인호가 마음을 열고 이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질문]
처음엔 적이었다가 나중엔 친구가 되는, 그런 이야기군요.
그런가 하면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여고생의 로맨스를 다뤄서 화제가 됐던 영화도 있었죠?
[답변]
역시 지난해 개봉한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라는 작품입니다.
민서라는 여고생이 우연히 카림이라는 이름의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와 만나게 되고, 그와 연민의 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은 입시 전쟁의 중압감 속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는 결손 가정의 여고생과, 1년치 월급을 떼이고 추방될 위기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를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고 있는데요.
그럼으로써 소외된 이들간의 연대와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질문]
이 영화는 개봉 전후에 좀 논란이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답변]
한국 여고생과 외국인 노동자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에 설정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극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일부에선 상영 반대 서명 운동까지 펼치고 했습니다만, 거꾸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우리사회의 배타적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문화적 배경이나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인간애라는 보편적인 감정은 누구나 똑같다는 걸 드러내기 위한 영화적 설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이 영화에 대해 영상물 등급위원회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매긴 데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죠.
여고생이 유사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는 설정이 모방 염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더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설정의 영화들이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는데, 형평성 면에서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질문]
소개해주신 영화들 보니까 대부분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마음을 연 소통을 강조하는 영화들이 많네요.
비슷한 설정인데, 코미디로 담아낸 작품도 있다면서요?
[답변]
바로 이번주 개봉합니다.
김인권 씨가 주연하고 육상효 감독이 연출한 '방가? 방가!'라는 작품입니다.
'방가방가'는 인사할 때 많이 쓰는 일종의 속어이기도 한데요.
이 작품에서의 방가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설정이 씁쓸하면서도 재밌습니다.
주인공은 방태식이라는 인물인데요.
지방에서 상경해서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 봤지만, 취업이 안됩니다.
그래서 방가라는 이름의, 부탄 출신의 이주 노동자 행세를 하게 됩니다.
결국 그렇게 해서 공장에 취직하게 되고요.
여기서 베트남 출신의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죠.
주인공은 사실은 한국인이지만 이주 노동자로 일하게 되면서 한국인이었으면 겪지 않을 법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편에 서게 되는데요.
영화는 이 과정을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뒤섞은 휴먼 코미디 영화 특유의 호흡으로 그려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독립영화 진영에서 자주 다뤄져 왔던 이주 노동자 문제를 청년 실업 문제와 함께 엮어내면서 전형적인 상업영화의 틀에 담아내고 있는 영화인데요.
김인권 씨나 주인공의 친구역으로 등장하는 김정태 씨가 선보이는 코믹 연기가 맛깔스러운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런 영화들 보면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다시한번 가다듬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이 중요하겠죠.
오늘 말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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