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인 이재용 씨는 청주시 콜센터나 충북야생동물센터를 통해 야생동물 구조요청을 받으면, 곧장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현장에 가보면, 자동차에 치인 너구리부터 그물망에 걸린 새매,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 어미 잃은 흰뺨검둥오리 새끼 등 위험에 처한 야생동물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씨는 “3월 중순 넘어가면서 4월에서 6월 사이에는 오리나 고라니 등의 어린 개체가 조난당하는 경우가 많아져 하루에도 서너 건 넘는 구조요청이 들어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교 공사현장 틈새에 낀 고라니 [사진제공=이재용 씨]
이 씨가 처음 야생동물 구조 활동을 접한 건 15년 전쯤 봉사활동을 통해서입니다. 당시엔 동물을 만지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한 마리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있다는 이재용 씨.
“택시를 운전하다보니 구조 요청이 들어오면 빠르게 출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최근에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동물도 똑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하시고, 신고도 많이 해주시고, 구조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기다렸다가 고맙다는 말씀도 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많이 나요. 앞으로도 열심히 구조 활동에 힘쓰겠습니다.”
-이재용 씨, 야생동물 구조하는 택시 기사
구조한 야생동물은 건강 상태에 따라 이재용 씨가 직접 방생하기도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 충북야생동물센터로 이송됩니다. 치료를 마친 동물들은 센터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작년 12월쯤, 건물에 부딪혀서 센터로 이송된 말똥가리는 한쪽 눈을 실명하면서 직선비행, 먹이사냥이 가능한지 등을 지켜봐야 합니다. 또, 날개가 골절돼서 들어온 참매는 다행히 뼈는 붙었지만, 정상적으로 날 수 있을 때까지 비행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끝내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 한 동물도 있습니다. 고니는 지난 2014년 1월, 총상으로 추정되는 날개 부상을 입고 들어와 치료 때문에 날개를 절단하면서 방생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충북야생동물센터에서 영구계류개체로 지낼 예정입니다.
이처럼 치료를 받고 목숨은 건졌지만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된 경우 외에도 치료 도중에 폐사하거나 치료 경과가 나빠 폐사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야생동물 방생 비율은 30%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해마다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 때문’이라고 이재용 씨와 충북야생동물센터 직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산을 깎고, 새 도로를 깔게 되면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동물들은 원래 다니던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죽어가게 되죠. 농수로에도 고라니나 어린 새 종류가 많이 빠집니다.”
-이재용 씨, 야생동물 구조하는 택시 기사
“교통사고로 들어오는 고라니나 유리벽, 건물 충돌로 들어오는 새 종류들이 정말 많아요. 인간이 만든 구조물 때문에 다친다고 생각하니 미안하더라고요.”
-김경연 씨, 충북야생동물센터 수의사
“동물들에게 공격당해서 온 건 자연의 섭리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사람 때문에 다쳐서 들어오는 걸 보면 많이 안타깝죠.”
-진정우 씨, 충북야생동물센터 재활관리사
나기정 센터장은 “예전에 비해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신고해준 것도 구조 건수에 영향을 줬다”면서도 “인간들 손에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와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도시가 확장되고 여러 가지 구조물이 만들어지는 건 피할 수 없겠지만, 생태통로를 만든다든가 방음벽 등에 조류충돌 방지 필름을 붙이는 등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간들 때문에 위험에 내몰리기도 하지만, 그런 야생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듯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과 야생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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