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메가시티 서울’ 검증 기획보도를 ‘한 발짝 더’ 실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여야의 이슈를 둔 말싸움 기사를 쓰는 대신, 이슈 자체를 붙잡고 검증해 보자. 매일 하던 것에서 딱 ‘한 발짝’만이라도 더 가보자. 여권이 내놓은 회심의 ‘메가’ 이슈, ‘메가시티 서울’은 그런 시도를 해봄직한 주제다. 이것이 이종구 정치부장의 아이디어였고, 이를 위해 편성된 특별팀에는 여·야·대통령실까지 출입기자 하나씩 모두 3명 파견이라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정치부 기자로서는 안하던 짓을 많이 했습니다. ‘농촌’ 김포부터 ‘신도시’ 김포까지, 주민들을 직접 만나 솔직한 심정을 듣는가 하면, 지자체 사이 합의로 옮겨진다는 폐기물 처리장을 직접 가보고 ‘뜨악’하기도 했습니다. 편입 이슈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던 김포골드라인과 인천 수도권 매립지는 물론, 김포와 맞닿은 한강 너머 북한 주민들의 ‘삽질’까지 화면에 담았습니다. 한 동네면서 서울 송파와 경기 성남과 하남 세 행정구역으로 나뉜 묘한 갈림길 위에 직접 서 보기도 했습니다.
▲ '서울시 김포구' 사각지대?...'읍·면 주민' 딜레마 (박광렬 기자, YTN 뉴스화면 캡처)
그래서 일상적인 보도보다 몇 발짝이나 더 나갔는지 스스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뒷걸음만 안쳤어도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됐건 이번 기획보도가 과분하게도 사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토록 차곡차곡 매일 하나씩, 일주일을 내놓은 나름의 ‘실험정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정치보도의 “따옴표 저널리즘”에 대한 지적은 해묵은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보도에 대해, 퓰리처상 수상자인 코니 슐츠가 반성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따옴표 뒤에 숨어 정쟁을 흥미로 다루는 태도가 극우 대통령 탄생에 날개를 달았다는 겁니다. 그가 했던 말이 ‘헛소리’인지 아닌지, 언론에는 검증 책임이 있습니다.
▲ 김포 숙원 '5호선 연장'...서울 편입 실익은? (YTN 뉴스화면 캡처)
휘발성 강한 정쟁 이슈보다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작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 언론으로부터 “내각에 여성 장관이 거의 없는데, 한국 같은 경제 강국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려면 행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안과 무관하더라도 관심 깊은 분야에 대한 정책적 논쟁을 끄집어내는, 한국 언론과 사뭇 다른 태도가 돋보였습니다.
YTN의 정치보도 역시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많은 양의 뉴스를 제공해야 하는 YTN으로서는 ‘한 발짝 더’ 보다는 ‘한 발짝 덜’의 유혹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양과 속도에 집중하다 보면, 그날의 이슈는 결국 따옴표 대 따옴표로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데 그치기 십상입니다. 말의 성찬이라는 정치판에서, 각 진영이 쏟아내는 말의 검증은 제쳐두고 ‘요약’조차 리포트 마감 시간에 바투 해내는 것이 일상입니다.
▲ '편입' 의견 수렴은 어떻게?...복잡한 정치 셈법 (YTN 뉴스화면 캡처)
메가시티 서울 검증 기획보도의 의의는 이런 환경 속 시도라는 점에서 찾고 싶습니다. 특별팀을 가동한 기간 동안 국회팀은 매일 쓰는 정쟁 기사, 안 쓰지 않았습니다. 중계, 안 하지 않았습니다. 할 거 다 하면서도 판의 중심에 온 이슈는 ‘한 발짝 더’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그만큼 특별팀원들 뿐만 아니라 팀에 합류하지 않은 선배들도 더 노력해야만 소화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기획을 진행한 이유는 반드시 필요한 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을까? 유권자의 실제 삶이 나아질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무기력한 말싸움으로 허송세월하고 있진 않을까? 이런 고민을 이유로 갑자기 정치보도 전반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작은 ‘실험’ 정도는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대단한 특종보도를 해보겠다는 마음보다도, 실험 자체에 흥미를 갖고 이번 취재에 임했습니다.
▲ 편입 김포, '금포'된다?...기대감 속 커지는 '걱정' (권남기 기자, YTN 뉴스화면 캡처)
재밌는 실험에 참여할 기회를 준 이종구 부장께 감사드립니다. 팀의 조타수 역할을 해주신 권남기 선배, 막내인 저보다도 현장을 열정적으로 누빈 박광렬 선배께도 감사드립니다. 특별팀 가동 중에도 쏟아지는 말잔치를 묵묵히 취재하고 소화하신 국회팀 선배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특별팀의 ‘한 발짝 더’ 실험이 YTN 전체의 더 좋은 보도를 향한 고민에 정말로 한 걸음 더할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 글 : 이준엽 기자
‘메가시티 서울’ 검증 기획보도
* 2023년 4분기 자랑스러운 YTN인상 특종상 은상
: 정치부 권남기, 박광렬, 이준엽, 영상취재2부 이현오, 이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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