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여성이 최근 공개한 평양 복합 쇼핑몰 내부 동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미끄럼틀 바닥엔 영국 BBC에서 방송돼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바다탐험대 옥토넛' 캐릭터들이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저작권 사용 허가 없이 각종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무단 도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외국 캐릭터는 북한 매체에도 꾸준히 등장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평양 시내 모습에선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출동!슈퍼윙스'가 프린트된 풍선이 포착됐고, 지난해 5월 북한 학교에선 미국 디즈니의 흥행작 '겨울왕국'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심지어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본 산리오사의 캐릭터 '키티'와 미국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가 그려진 아동 양말을 보며 기뻐했다는 일화가 버젓이 실려 있는 상황.
주민들은 외국 영화나 방송을 접하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는데 북한 당국은 외국 캐릭터엔 관대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통제 속에 이런 캐릭터를 어느 나라에서 들여왔는지조차 모를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수 / 북한연구소장 : (캐릭터가) 남한이나 미국 것이라는 걸 아무도 모릅니다. 모르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유행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는 한 북한 사회 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것이죠.]
주민들에게 국산품 사용을 독려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 디자인 베끼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 디자인 쪽을 보면 굉장히 대한민국이나 기타 나라를 모방한 게 굉장히 많거든요. 과자 제품 포장도 기계적으로 이뤄진 부분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미처 다 이뤄지지 않는 부분은 외국에서 가져온 게 우연히 노출됐다고….]
특히 북한의 선택적 외국 문화 유입은 북한 체제에 대한 위험성이 낮은 아동용 캐릭터에만 제한돼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YTN 최두희입니다.
영상편집ㅣ김지연
자막뉴스ㅣ이 선
#YTN자막뉴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