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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 떠받칠 구원 투수... 빚더미 미국이 설계한 '스테이블 코인' [한방이슈]

한방이슈 2026.08.28 오후 01:45
미국이 진 빚이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5경 원이 훌쩍 넘는, 가늠조차 힘든 액수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빚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바로 그 주에, 비트코인이 한 주 만에 20% 넘게 폭등했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주식들도 들썩였습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나라를 향해, 시장은 오히려 환호한 셈입니다.

힌트는 최근 며칠 사이 미국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진 세 가지 일에 있습니다.

하나, 재무부가 국채 시장에 직접 손을 댔습니다.

둘, 증권 당국이 가상자산 규제를 대폭 푸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셋,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디지털 달러'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아무 상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세 가지를 이어 붙이면, 하나의 그림이 드러납니다.

빚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 빚을 전에 없던 방식으로 전 세계에 나눠 지우려는 설계입니다.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1. 미국이 깐 '돈의 파이프라인']
먼저 기본부터 짚겠습니다.

미국은 돈이 부족하면 '국채'라는 차용증을 찍어 세계에 팝니다.

그런데 요즘 이 차용증에 붙는 이자, 즉 금리가 너무 올랐습니다.

특히 만기가 긴 30년물 금리는 최근 5%를 넘어, 근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습니다.

빚만 40조 달러인데, 그 빚에 물리는 이자만 한 해 1조 1천억 달러입니다.

국방비보다 많고, 미국 정부 지출 항목 가운데 사회보장 다음으로 큰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재무부가 꺼내 든 카드가 있습니다.

긴 빚을 짧은 빚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입니다.

만기가 긴 국채를 정부가 도로 사들이고, 그 돈은 만기가 아주 짧은 국채, 이른바 '단기채'를 새로 찍어 마련합니다.

실제로 지난 8월 19일, 재무부는 장기 국채 되사기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넘게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빚이 40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공식 확인된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앞서 시장이 환호했다고 말씀드렸죠. 그날 비트코인을 하늘로 쏘아 올린 것도, 바로 이 재무부의 개입이었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돈을 풀 것이라는 신호로 읽힌 겁니다.

목적은 분명합니다. 치솟는 장기 금리를 억지로라도 눌러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이 생깁니다.

정부가 새로 찍어내는 이 단기채, 대체 누가 사줄까요?

바로 여기서 주인공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쉽게 말해 '1달러짜리 디지털 화폐'입니다.

값이 출렁이는 비트코인과 달리, 항상 1달러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해 7월 통과시킨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이렇게 정해 놨습니다.

디지털 달러를 1달러어치 찍으려면, 발행 회사는 반드시 그만큼의 진짜 달러나 미국 단기 국채를 금고에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누군가가 디지털 달러를 1달러어치 살 때마다, 그 돈이 자동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사는 데 쓰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증권 당국도 힘을 보탰습니다.

미국 SEC는 올해 3월 '대부분의 코인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8월에는 코인 발행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까지 내놨습니다.
아직 확정된 규칙은 아니지만, 시장이 커질 길을 터준 셈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 세계에 퍼진 코인 투자 열기가, 스테이블코인을 거쳐, 고스란히 미국의 빚을 사주는 돈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이 법을 두고 "달러 패권을 떠받치는 장치"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성공하면 - '디지털 달러 제국']
미국의 설계가 맞아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핵심은 '알아서 굴러가는 수요'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달러 코인으로 결제하고, 송금하고, 저축할수록, 미국은 애써 팔러 다니지 않아도 자기 빚을 사줄 손님을 지구 곳곳에서 확보하게 됩니다.

특히 자국 화폐를 못 믿는 신흥국일수록 달러 코인을 더 원합니다.

그 수요는 결국 미국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힘으로 돌아옵니다.

과거 미국이 금과 군사력으로 달러를 세계에 심었다면, 이제는 코드와 규제로 달러를 사람들의 스마트폰 속에 심으려는 것입니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 "달러의 시대는 끝났다"는 예언은 빗나갑니다.

달러는 오히려 디지털 옷으로 갈아입고 수명을 늘리게 됩니다.

다만, 여기엔 냉정한 반론도 있습니다.

지금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 규모는 2천억 달러대입니다.

40조 달러 국가부채, 그리고 30조 달러가 넘는 국채 시장에 견주면 아직 한 줌에 불과합니다.

발행사들은 시장이 수 년 안에 수조 달러까지 커질 거라 기대하지만, 그 낙관대로 커진다 해도 한 해 2조 달러씩 불어나는 적자를 이 파이프라인 하나로 메우기는 어렵습니다.

[3. 실패하면 - '단기 금리 뇌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미국의 설계는 정반대의 위험을 품고 있습니다.

세 가지만 짚겠습니다.

첫째, 약발이 너무 짧습니다.

8월 19일 재무부의 개입으로 장기 금리는 잠깐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딱 하루였습니다. 다음 날 금리는 발표 이전보다 오히려 더 높이 튀어 올랐습니다.

40조 달러라는 근본 문제가 그대로인데, 응급처치로 해결될 리 없습니다.

JP모건과 미국외교협회 같은 곳은 오히려 경고합니다.

정부가 시장에 자꾸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예측 가능한 재무부'라는 신뢰를 깨뜨려 금리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새 수요가 '착시'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코인에 넣은 돈이 사실은 다른 금융상품에서 옮겨온 것이라면, 그쪽에서 국채를 도로 내다 팔면 효과가 상쇄됩니다.

새 물길을 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있던 물을 옮겨 담았을 뿐일 수 있습니다.

셋째, 이게 가장 무섭습니다.

코인 회사에는 '구원투수'가 없습니다.

은행은 위기가 오면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주며 막아줍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회사에는 그런 최후의 보루가 없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겁을 먹고 한꺼번에 "내 돈 돌려달라"며 몰려들면, 회사는 금고 속 국채를 헐값에라도 마구 내다 팔아야 합니다.

그 순간 단기 금리는 폭등하고, 국채 시장은 얼어붙습니다.

물론 지지자들은 반박합니다. 지니어스법은 준비금을 100% 안전자산으로 채우게 했고, 회사가 파산해도 코인 보유자가 그 준비금을 가장 먼저 돌려받도록 못 박았다는 것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다만 이 안전장치는 자산을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한꺼번에 출구로 몰리는 순간엔, 100% 준비금도 제값을 받지 못합니다.

빚을 우회하려고 깐 파이프라인이, 위기의 순간엔 오히려 위기를 더 빠르게 터뜨리는 뇌관으로 돌변하는 것입니다.

결론입니다.

이번 미국의 선택은 한마디로 거대한 베팅입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 무기로 전 세계에 나눠 지우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베팅이 맞아떨어지면, 달러는 디지털 옷을 입고 한 세대를 더 버팁니다.

빗나가면, 지금껏 은행 밖에 숨어 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금융 위기가 터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씁쓸한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위험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경고했던 사람이, 지금 이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라는 사실입니다.

민간 투자자였던 2024년 초, 그는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단기 빚에 과도하게 기대면 차환 위험이 커지고, 결국 금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당시 그는 전임 재무장관의 단기채 의존을 "정치적 목적의 시장 개입"이라며 몰아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비판했던 바로 그 방식을 스스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40조 달러라는 숫자에 대해서도 그는 "특별할 것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지켜봐야 할까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의 단기 국채 금리입니다. 이 금리가 계속 안정적이라면, 미국의 설계가 먹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의 대규모 인출 사태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금리까지 튀어 오른다면, 그 순간이 바로 위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지점입니다.

셋째, 9월 15일로 예정된 미국 상원의 '클래리티법(CLARITY Act)' 표결입니다. 스테이블코인 파이프라인은 이미 법으로 깔렸습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의 판을 정리하는 이 시장구조법까지 통과되면, 가상자산 생태계 전체에 다시 불이 붙게 됩니다. 다만 여야 이견으로 통과 가능성은 아직 반반입니다.

결국, 이 모든 조치는 하나로 수렴됩니다. 달러를 지키는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국채를 사고, 그 국채가 달러를 떠받칩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로 쌓아 올린, 달러 패권의 방어선입니다.

그러나 그 방어선을 떠받치는 것은, 다름 아닌 40조 달러의 빚입니다.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이 거대한 판돈의 흐름을 먼저 읽고 대비한 쪽만이, 다음 국면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김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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