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
집안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행방을 감춘 것은 바로 리모컨.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수색에 나섰는데요. 아무리 샅샅이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 더워. 아니 이게 왜 저기 있어~!
엄마: 아이고! 깜빡했다. 미안해~ 내가 깜빡했네.
[정재환]
엄마의 건망증 때문에 온 가족이 고생했네요.
[조윤경]
여기서 쓰는 '샅샅이', '빈틈없이 모조리'라는 뜻의 순우리말인데요.
본래 '삿'이란 말에서 나왔는데, '두 다리의 사이'나 '두 물건의 틈'을 가리키는 옛말인 '삿'이 오늘날의 '샅'으로 변한 겁니다.
[정재환]
다리 사이는 주로 '사타구니'라고 하지 않나요? 그게 '샅'에서 나온 말인가요?
[조윤경]
맞습니다. '사타구니'는 '샅'을 낮춰 부르는 말인데요.
'샅'에 접미사 '-아구니'가 결합하여, '샅아구니'가 '사타구니'로 변한 것입니다.
또 '샅'이라는 말의 뜻이 남아 있는 글자로 씨름할 때 다리 사이에 둘러 손잡이로 쓰는 천인 '샅바'와 마을로 들어서는 좁은 골목길인 '고샅'이 있습니다.
[정재환]
그냥 '샅'이라고 부르면 되는데, 왜 '샅샅이'가 됐을까요?
[조윤경]
'똑똑히' '낱낱이'처럼 뜻을 강조하기 위해 말을 반복한 것을 '첩어'라고 하는데요.
'샅샅이'도 이와 같이 '샅샅'이란 첩어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재환]
예전에도 '샅샅이'라고 썼나요?
[조윤경]
원래는 '삿삿치'라고 썼는데요. 그러다 1930년대에 '샅샅이'로 정착됐습니다.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샅샅이'입니다.
[조윤경]
빈틈없이 모조리라는 뜻으로 두 다리의 사이나 두 물건의 틈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됐습니다.
[정재환]
얼마 전 고액체납자들이 세금은 안 내면서 고급 외제 차를 여러 대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았었죠.
[조윤경]
그렇습니다. 세무당국이 이들의 재산 명세를 그야말로 샅샅이 조사해 조세 정의를 실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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