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최근 빠른 속도로 재무장하면서 유럽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향후 10년간 군에 5천억달러(약 695조원)가 넘는 예산을 배정하며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체결한 방위 조달 계약 규모는 작년 한 해에만 영국의 3배를 웃돌았습니다.
일부 유럽 당국자들은 이러한 군사력 증강이 유럽 대륙의 세력 균형을 바꿀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재무장한 독일이 러시아와 함께 유럽 대륙의 양대 강국으로 재부상하면서, 최악의 경우 두 나라가 밀착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과거 독일의 침공과 점령을 겪었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계감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유력 대선 주자 장뤼크 멜랑숑은 최근 연설에서 "그들은(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큰 재래식 군대를 만들려고 한다"며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나치 독일의 점령을 겪은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독일의 "반(反)폴란드적 성향"을 언급하며 "그들에게는 굳이 히틀러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하기 전부터 독일은 줄곧 폴란드에 적대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다는 취지입니다.
싱크탱크 폴란드국제문제연구소의 독일·폴란드 관계 전문가 우카시 야신스키는 "독일은 유럽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WSJ에 말했습니다.
독일의 무장 수준을 둘러싼 유럽의 논쟁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문제입니다.
당시 유럽 열강은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른 통일 독일의 국력 확대가 유럽의 세력 균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른바 `독일 문제` 논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이후 독일이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독일의 군사력 확대는 사실상 금기로 여겨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에 편입됐고, 동·서독 통일 이후에도 군사력 강화와 해외 군사 개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갔습니다.
한때 일각에서는 독일이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나토 동맹국의 국방 투자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독일은 이를 계기로 자체 재무장에 뛰어들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 집단 방위 체제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독일 내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의 약진은 주변국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이달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제1당에 오른 AfD는 독일이 나치 시대 전쟁 범죄에 대한 `죄책감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알리체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과거 독일 영토였던 동유럽 지역을 "중부 독일"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친러시아 성향으로 알려진 AfD는 대러 제재 해제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재개도 함께 주장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습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지난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무장한 독일이 극우·친러시아 정당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디오ㅣAI앵커
제작ㅣ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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