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세상교과서] 도전과 실패로 배운다…'모험 놀이터'

2016.01.23 오후 03:57
[앵커]
요즘 동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기 힘들어졌죠.

안전과 위생 때문에, 또는 학업으로 바쁘다는 이유로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이 점점 줄었기 때문인데요.

일본에는 아이들이 도전과 실패를 통해 배우는 '모험 놀이터'가 있습니다.

박진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제법 높은 단상 위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아이.

정글을 누비는 타잔처럼 이리저리 신나게 줄에 매달립니다.

가파른 경사 때문에 위험해 보이는 나무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미끄럼틀이 됩니다.

맨발로 낙엽을 밟아도, 불장난을 하는 데도 말리거나 혼내는 이 하나 없습니다.

아이들이 방치된 것은 아닐까요?

[이치무라 / 놀이터 이용객·학부모 :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기에 있는 부모들이 잘 돌보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곳은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플레이 파크', 이른바 '모험 놀이터'입니다.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이 놀이터에서는 버려진 가구에서 폐자재까지 모든 것이 좋은 놀잇감이 됩니다.

[스가노 / 놀이터 이용객 : 처음에는 놀이기구들을 보고 많이 불안했어요. 이렇게 높은 미끄럼틀이 있는 것에 놀랐어요. 하지만 아이들도 어떤 것이 위험한 일인지 모르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세타가야 모험 놀이터가 자리를 잡은 것은 37년 전부터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소규모로 운영하던 놀이터에 지자체가 장소와 자금을 지원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습니다.

'자신의 책임으로 자유롭게 놀자'라는 구호대로 아이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한 것이 특징입니다.

[사이토 카나 / 세타가야 플레이파크 관계자 : 모험 놀이터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불장난처럼 다른 곳에서는 하면 안 된다고 혼나는 것들도 이곳에선 할 수 있어요. 그런 것에 도전해서 실패를 반복하면서 배우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물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장치도 갖추고 있습니다.

학부모나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안전 점검을 하고요.

놀이 도우미가 놀이터에 상주하면서 최소한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마크 (별명) / 놀이 도우미 : 아이들에게 일어나면 안 될 부상을 막기 위해 저희는 보이지 않는 곳의 위험이나 놀이기구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수요일마다 부모와 아이들이 모여 식사를 만들어 먹는 등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도 많은데요.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공간이지만 지역 학부모들이 교류하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겁니다.

[사이토 카나 / 플레이 파크 세타가야 관계자 : 전국에 연간 4~5회 정도씩 부정기적으로 활동하는 곳을 포함한다면 400곳 정도 플레이 파크가 있는데요. 이곳처럼 상설로 운영되는 곳은 100군데 정도입니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놀 자유'를 보장해주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일본의 '모험 놀이터'.

안전과 위생, 또는 공부를 이유로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밀어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월드 박진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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