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와 푸른 산, 사시사철 포근한 햇살이 내려앉은 지상 낙원 하와이.
약 120년 전 첫발을 내디딘 한인 100여 명에게 하와이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자, 꿈의 터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고된 노동을 견디며 물설고 낯선 땅에서 삶을 일궈내기란 녹록지 않았는데요.
하와이 동포 이진영 감독은 이런 한민족의 강인한 이주 역사를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에 담았습니다.
[인터뷰: 이 진 영 /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 감독]
"하와이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가 시작되는 곳이거든요. 굉장히 어렵게 그 당시 이민 가신 분들이 살았는데 지금 이민 역사가
내후년(2023년)이면 120주년이에요. 그동안 미주 최초의 한인 시장님이 배출됐고요. 대법원장님도 이민 가정에서 나왔어요.
그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장이 되고 대법원장이 되고 아니면 꼭 유명한 사람이 되지 않았어도 자기 각자 맡은 소임을 하고 있는 한인들이 지금 7만 명이 있어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인종이 전체의 25%를 넘지 않는 다민족 사회로 이뤄진 하와이는 흔히 '무지개'에 비유됩니다.
영화 제목 속 '무지개의 나라'도 하와이를 뜻하는데요.
이진영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한인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배운 지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하와이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 진 영 /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 감독]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때 이민자로 갔으면 더군다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사회 하층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가족의 일원으로 자랐어도 한 세대 만에 시장이 되고 대법원장이 된다는 것은 하와이라는 장소가 가진 어떤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아름다운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100여 명으로 시작한 하와이 한인 이주 역사는 한 세기 만에 7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감독은 척박한 환경에도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미주 한인 이주 역사를 조명하면서도, 다문화가족 구성원 100만 명 시대에 들어선 대한민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과연 당시 하와이 사회가 우리 선조에게 베풀었던 관용과 포용을 지금의 우리가 베풀고 있는지를 말이죠.
[인터뷰: 이 진 영 /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 감독]
"우리나라도 요즘 다문화 사회 점점 빨리 되고 있잖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베트남이나 필리핀에서 온 여성들의 아이가 한 세대 만에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 그 선조들이 하와이에 갔을 때 우리가 그들을(지금 이주민을) 차별하는 것처럼 그런 차별을 받았다면 하와이 사회의 일원이 될 수도 없었고
지금처럼 다시 고국에 와서 공헌하시는 분들이 없었을 거로 생각해요. 같이 포용하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중국 국제 뉴미디어 단편영화제' 결선 진출과 국내 '리버티 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
여섯 편의 연작으로 이뤄진 다큐멘터리는 이달 온라인(www.theRainbowWords.com)을 통해 순서에 따라 전체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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