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차별금지법', 이재명 윤석열 등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2021.12.06 오전 09:41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2월 4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차별금지법' ...이재명 윤석열 등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인권’을 주제로 돌아보는 미디어비평,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만나봅니다. 소장님 나와계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오늘은 김언경 소장님이 꼭 짚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주제입니다.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언론 보도!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런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대선 정국에서 거의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관련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중이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지난주죠, 11월 25일 99인이 국회를 포위하는 99개 깃발 액션을 했고, 이날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종걸 집행위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외쳤습니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 전 세계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엔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다는 발언도 했고요.

사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17대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 발의한 이후, 21대 국회까지 발의되어 현재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입니다. 2007년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9차례 권고한 상태이고요. 15년째 제정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6월 16일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5월 24일 국회에 공개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6월 16일 10만명 동의를 받아 국민동의청원 요건을 충족했고요. 그리고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범여권 의원 24명과 함께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평등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게다가 이후에는 권인숙,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 등 현재 4개의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또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요구하며 10월 12일 부산에서 출발해 도보행진단 미류, 이종걸 활동가가 11월 10일 국회 앞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국회 앞에 도착한 날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의 심사기간인 10일에 맞춘 것이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까지로 법안 심사기한을 연장했습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충분한 시간 갖고 심도 있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심사 기한을 연장한 것인데요. 아무도 이의제기 안 하고 43초만에 의결, 사실상 법제정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 김양원> 이미 발의된지도 한참됐고,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정해졌고 연달아 공약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대선후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입장을 냈나요?

◆ 김언경>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월 8일 한국교회총연합 방문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문제 우리 사회 주요 의제이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현실” “충분한 논의와 토론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어,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아”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필요하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오해나 곡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불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습니다.
한편 11월 29일에는 MBC에서 39분짜리 차별금지법 관련한 발언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여기에서는 “차별금지법, 추가적인 지위 부여하는 것까지 아니고 차별하지 마라 라는 것까지, 차별 넘어서는 것 아니다”라면서 “입양은 동성애자 아니어도 혼자서는 안 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하면 더 이상해. 그런 건 현재 우리 사회적 합의 수준에 부합하기 어렵다. 처벌할 경우 처벌도 어려워. 결국 사회적 합의라고 하는 게 중요. 동성애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다. 선택할 수 있냐, 원해서 한 것이냐, 아니면 원래 있는 거냐, 이 이해의 차이가 갈등의 원천.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냥 있는 것, 일부러 선택한 게 아니다. 있는 건 그대로 인정해줘야. 있는 사실 갖고 차별할 필요 없다. 장애, 얼굴색, 출신, 이런 걸 갖고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성적지향도 타고난 것인데 차별하지 말아야, 그 정도가 적정한 사회적 합의 수준” 이라고 말했거든요. 그렇다면 사실상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성 의사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김양원> 최근 공개된 이재명 후보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발언을 정리해주셨는데, 이 후보는 사실상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김언경> 윤석열 후보는 지난 25일 서울대생 만남에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고 하는 차별금지법도 개별 사안마다 신중하게 형량(결정)이 안돼서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적극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도 ‘오해와 곡해’를 말하고, 윤석열 후보도 ‘개인 자유 침해’ 등을 문제삼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정말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언론을 통해서 제대로 전달받고 있는 것인지, 또한 언론이 이런 주제를 주요한 아젠다로 취급하면서 국민의 공론장에 올려놓고 있는 것인지 짚어봐야 하겠죠.

◇ 김양원> 차별금지법 제정을 어젠다로 올려놓자, 그래서 공론장에서 우리 국민들도 찬반 의견을 한번 토의해보자...이렇게 제안하셨어요. 그러면, 앞서 발의돼서 국회에 그 법안이 계류중이라고 하셨는데요, 각 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 김언경> 작년에 발의된 정의당 장혜영 안, 올해 발의된 민주당 이상민 박주민 안... 두 가지 모두 핵심은 비슷합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인데요. 모든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요. 고용, 재화 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 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 이용 등 공적 영역에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여 금지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 김양원> 공적 영역에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이런 아주 기본적인 내용 아닌가요? 그런데 왜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 김언경> '동성애 반대'가 많아서 인지 차별금지법 제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곳이 기독교계 언론들이에요. 그런데, 이들 언론에선 보다 정확한 팩트에 기반하기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언급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일단 현재 나온 법안마다 차이가 있지만, 차별 행위에 대한 진정, 증언 등에 불이익 조치를 하면 1년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또는 3천만원 벌금이 있는 조항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건 차별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진정과 증언에 불이익 조치를 할 때입니다. 또한 ‘차별의 구제’는 모두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법률 소송 지원, 즉 법원 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백보 양보해서요. 만약 정말 우려되는 측면,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면 해당 조항에 대해 법 제정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현재 덮어놓고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당신들은 차별 받아도 마땅하고, 그게 정상인 사회라고 우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일반적인 다른 언론들은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요?

◆ 김언경> 보도량이 많은 편이 아닌데요. 대부분의 보도가 따옴표로 누군가가 반대했다, 찬성했다 이런 앵무새 저널리즘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들의 공론화 노력은 거의 보도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말을 가장 많이 인용했을까 궁금해서요. 언론 보도에서 누구의 발언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는지 뉴스와 여론 빅데이터 전문조사기관인 스피치로그를 통해서 모니터링을 해봤습니다. 2021년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5개월간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를 추출했더니 96개의 언론사에서 1569건의 보도가 보도된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들 보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시기상조”였습니다. 다음으로 이재명 후보의 “논쟁이 심한 부분은 오해의 불식, 충분한 토론과협의, 조정을 통해 얼마는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이었고, 세 번째로는 이준석 대표의 “차별 부분도 폭 넓게 다루자는 원칙론에 공감하지만,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 네 번째가 이재명 후보의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가 많이 인용되었습니다.

◇ 김양원> ‘시기상조,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법안이 발의돼도 계속 심사가 연기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 김언경> 저는 언론이 일단 차별금지법을 사회적 공론장의 주요 아젠더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을 금지하는 각종 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 중 캐나다,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영국의 대사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이 제정할 당시의 어려움이나, 제정 이후 사회 변화 등을 이야기해주는 토론회가 작년에 있었는데요. 인권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각국 주한대사들은, 자신의 나라도 이 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법안을 제정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제정 이후 사회가 혼란에 빠지기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평등·안전 사회로 진일보했다는 공통 경험을 느끼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한국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를 지지하고 응원했습니다.
특히, 저는 대선 국면에서 일단 각 후보들의 공약에 차별금지법이 언급돼야한다고 보고요. 그리고 언론이 대선 주자의 발언을 옮겨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는 정말 어떤가, 우리 여론은 정말 어떤가 깊이있게 전달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각계의 우려 섞인 주장 중에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팩트체크해서 국민에게 전해야 합니다. 법안들을 비교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며 여론을 모아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누군가의 입만 바라보며 동정 보도에 그치고 만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영원히 ‘시기상조’이며, 영원히 ‘일방통행식 처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네, 대선 후보의 공약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화두가 제시된다면 여론도 뜨거워질테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도 자주 볼 수 있을텐데요. 석달여 남은 대선 기간동안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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