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때그때 달라요"...발달장애인 투표 기준 오락가락

2022.06.01 오전 06:26
발달장애 아들 둔 엄마, 투표 보조 제지당해
"후보 못 알아보는 장애인은 혼자 투표해야"
선관위, 선거 앞두고 투표 보조 관련 지침 신설
[앵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를 보조하는 사람을 허용하느냐 마냐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선관위에선 대리 투표 가능성 때문에 투표 보조를 맘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선거 때마다 기준이 다르고 허용 여부도 투표소 현장에서 판단하라고 해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현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금요일 발달장애인인 30대 아들을 데리고 사전투표장에 도착한 박금련 씨.

이전 선거 때처럼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아들의 투표를 도우려 했지만 선거관리인에게 곧바로 저지당했습니다.

아들이 후보도 제대로 못 알아볼 정도로 보이는데 어떻게 투표를 돕느냐는 게 이유였습니다.

[박금련 / 발달장애인 부모 : 투표하러 왔는데 선관위가 입구에서 막고 지능이 안 되면 (보조인과) 투표 못 한다고 돌려보내잖아요. 사망한 사람이나 다름없죠.]

이곳 투표소에서 모자가 함께 투표를 못 한 건 최근 하달된 선관위 지침 때문입니다.

선관위는 지난달 10일,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어온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와 관련된 지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먼저 신체가 불편한 발달장애인인 경우 투표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후보를 못 알아볼 정도로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투표 보조를 허용하지 말라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보호자가 대신 투표하는 '대리 투표'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 지침대로라면 중증 지적 장애인의 투표권 행사는 불가능합니다.

이 기준 때문에 이전 선거에선 투표할 수 있었고 이번엔 투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 겁니다.

[박금련 / 경기 의정부시 : 지능이 안 되는 사람이 엄청 많을 거예요. 차별은 안 되고 당연히 권리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발달 장애인의 인지 능력을 누가 판단하느냐입니다.

선관위는 투표소 현장 관리인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지침을 내렸습니다.

같은 발달 장애인이더라도 투표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수원 / 장애인단체 '한국피플퍼스트' 사무국장 : 현장에 계신 분들이 장애를 이해하거나 교육받은 분인지 알 수도 없고, 기준도 없는 걸 적용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관련 지침이 자주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된 측면도 있습니다.

선관위는 지난 2016년 장애인단체 요구를 받아들여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투표보조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법령 해석을 거쳐 해당 내용을 지우면서 발달장애인은 투표 보조 대상에서 다시 빠졌고 이후 장애인단체와 법적 분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선관위 지침이 오락가락하는 원인으론 선거법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에 신체 장애인에 대한 투표 보조 내용만 있고 정신 장애인과 관련된 건 없어 선관위도 무작정 투표 보조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를 명시하려면 법 개정이 먼저 돼야 해요. 그러면 맘 편하게 보조 다 할 수 있죠.]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허용을 위해 발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입니다.

투표소 현장에서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정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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