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광주를 찾았습니다.
취임 후 첫 5·18 기념식 참석인데요.
이 대통령의 기념사,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재명 / 대통령]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귀한 자리를 함께하고 계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국가폭력의 짙은 상흔을 딛고 상생과 통합의 정신으로 자라난 마흔여섯 번째 오월입니다.
46년 전, 신군부 세력은 독재의 군홧발로 민주화의 봄을 무참히 짓밟으며, 국민을 지키라고 국민이 준 총칼로 주권자 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습니다.
잔혹한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진실을 틀어막던 무도한 독재정권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들은 눈을 감지 못했고,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통한의 세월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끝내 빛을 찾아 고개를 드는 봄꽃처럼,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광주의 열망은 결코 꺾이지 않았습니다.
감추려 할수록 진실은 더욱 선명해졌고, 숨기려 할수록 오월 정신은 더 넓게 더 멀리 번져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월은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수많은 양심들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오월의 영령들이 2024년 12월 3일 밤, 오늘의 산 자들을 구했습니다.
산자가 죽은 자의 부름에 응답했고 먼저 떠난 이들이 절망 앞에 선 현재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나 계엄군에 맞섰던 80년 오월의 광주시민들처럼, 2024년 위대한 대한국민도 무장한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아냈습니다.
1980년, 불의한 권력이 철수했던 그 찰나의 공간에서 광주가 온 힘을 끌어모아 꽃피웠던 ‘대동세상'은 2024년, 그 혹독한 겨울밤에 서로의 체온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빛의 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졌던 오월 민주 영령들의 고귀한 넋 앞에 머리 숙여 무한한 존경과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마르지 않는 눈물로 시대의 등불을 밝혀오신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진심 어린 경의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참혹한 폭력 앞에서도 끝내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5·18 정신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번영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굴곡진 현대사의 갈림길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 숭고한 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2·3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은 오월의 질문이었습니다.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도, 저절로 지켜지는 민주주의도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힘은 오직 주권자의 간절한 열망과 실천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뼈저리게 확인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구한 80년 광주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끊임없이 구해낼 수 있도록, 정부는 5·18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하며 보상하고 예우하겠습니다.
오월 영령과 국민 여러분 앞에, 이를 위한 세 가지 다짐과 약속의 말씀을 드립니다.
첫째,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19혁명과 부마항쟁,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은 6월 항쟁을 거쳐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민 주권을 증명한 원동력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자부심인 5월 정신이 우리 사회에 더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5⸱18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을 대한민국 헌법 위에 당당히 새겨야 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모든 정치권의 지속적인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여야의 초당적 협력과 결단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을 넘어, 대한국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도 당부드립니다.
둘째, 오늘 정식 개관하는 이곳 전남도청을 세계시민이 함께 배우고 기억하는 K-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성지로 만들겠습니다.
전남도청은 불법적 국가폭력에 맞선 최후의 시민 항쟁지였습니다.
벽면 곳곳에 새겨진 총탄의 흔적들이 그날의 참혹함과 시민군의 담대한 용기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오월의 광주는 이제 세계시민이 함께 기억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 오롯이 남겨진 희생과 연대의 정신이 대한민국 공화정의 자부심이자 미래 세대의 가치로 계승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셋째, 단 한 분의 희생도 놓치지 않도록 ‘5.18 민주유공자 직권등록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들렀던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진 故 양창근 열사가 잠들어 계셨습니다.
짓밟힌 조국의 정의에 누구보다 아파했을 오월의 소년은, 등록신청을 대신할 직계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 5·18 민주유공자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가 국가폭력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가족이 되겠습니다.
불굴의 투지로 민주주의와 조국을 지켜낸 분들이 단 한 명도 외롭게 남겨지지 않도록,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성장 잠재력의 약화와 불평등 심화, 국제질서의 격변, 지방소멸 등 다방면에 겹겹이 쌓인 복합위기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 격랑의 파고 한복판을 지나고 있지만, 저는 광주가 걸어온 길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
총칼을 앞세운 독재 권력의 잔인한 폭압 속에서도 80년 오월의 광주는 함께 사는 기쁨을 나누었고, 금남로에는 사랑과 연대의 물결이 출렁거렸습니다.
외로움의 한복판에서도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졌고 절망의 한복판에서도 서로를 부축하며, 마지막 온기를 모아 희망의 씨앗을 틔워냈습니다.
시민들이 만들어 낸 공존과 배려, 평화의 광장에서 광주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빛나는 5·18 정신이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대한민국을 새로운 변화와 희망의 길로 이끌었고, 이제 광주와 전남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광주와 전남이 함께 맞잡은 손이 상생과 공존의 새로운 이정표로 우뚝 서고, 균형발전이라는 희망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갈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월의 기억과 5·18 정신은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불의에 단호히 맞서는 용기이며, 위기를 함께 넘어서는 연대이자,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의 이름입니다.
국민주권정부는 5·18 정신을 충실히 이어받아, 광주가 그토록 절절하게 꿈꾸었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향해 담대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그것이 ‘산 자'의 책임을 다하고,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오월 광주가 남긴 자유와 평등, 통합의 힘으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더 영광스럽고 더 빛나는 미래를 물려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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