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YTN 8585] 새차 주행기록 조작

2007.09.27 오전 10:40
[앵커멘트]

새 차를 구입하고 전달받으셨을 때 그 차가 자신도 모르게 장거리를 달려온 차라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출고된 새 차를 고객에게 배달하는 탁송 업무 종사자들이 생산공장에서 고객에게 차를 직접 몰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행기록기를 조작해 고객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도록 해왔다는 폭로가 나와 파장이 예상됩니다.

이재홍 기자입니다.

[리포트]

신차를 구입한 고객에게 출고된 차를 배달해 주라는 출고 허가증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케이블을 빼라는 알 수 없는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할까?

[녹취]
"이렇게 이 선을 빼는 것입니다."
"이렇게 빼면 계기판 작동 안합니까?"
"그렇습니다."

선을 뺀 채로 달려봤습니다.

속도와 주행 거리를 나타내는 계기판이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몇킬로를 달렸는 데도 거리 표시가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아산공장에서 부산까지 출고된 자동차를 화물차에 실어 운송할 경우 20만 원이 넘는 돈이 듭니다.

그러나 신차를 직접 몰고 가면 절반인 10만5천 원 밖에 들지 않습니다.

결국 탁송 비용을 줄이기 올리기 위해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고 새 차를 직접 몰고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고객이 모르게 이 일을 벌여야 한다는 점.

이를 위해 케이블을 아예 빼고 운송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 현직 탁송업체 종사자 4명은 이같은 주행 거리 조작이 관행처럼 이뤄져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인터뷰:탁송업자]
"관행적으로 다른 사람도 하고 나도 처음부터 위해서 하라고 해서 배워했는데 하다 보니 이런 인식이 든거죠. 고객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

조작은 거의 모든 차종에서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조작 방법을 잘 알 수록, 빼낸 케이블을 복원 뒤 흔하게 생기는 오작동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날 수록 일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업계 종사자 사이엔 비밀 아닌 비밀이라는 것.

하지만 탁송 중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는 지 알 수 없어 사고 위험이 상존합니다.

[인터뷰:탁송업자]
"이것 때문에 GPS 샀어요 킬로수가 나오니까. GPS 없으면 몇 킬로 뛰는 지 모르니까 감각으로 운전 하는 거죠."

또 고객은 이미 상당 거리를 달린 차를 새 차로 알고 인수하는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인터뷰:고객]
"큰 회사를 믿었는데 이렇게 속임을 당하니 불쾌하죠."

하지만 하청 업체인 탁송 회사와 이를 관리해야 할 원청 업체인 자동차 회사는 조작을 지시한 적도 조작할 수도 없다고 부인합니다.

[인터뷰:출고사무소]
"탁송 과정에 조작을 하거나 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작 사실을 폭로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 협조는 물론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자동차 주행기록기 조작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자]
조작사실 폭로에 업계는 부인하고 있지만 고객 보호를 위해 당국에 의한 정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YTN 이재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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