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위한 소비심리학] "따로 국밥? 함께하는 이성과 감성의 블루스" - 건국대 범상규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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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패션의류업체인 ‘유니클로’가 국내기업인 농심 신라면 티셔츠를 해외시장에서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인기 많은 닛산의 큐브자동차는 국내 유명 디자이너그룹과 함께 새로운 개념의 콘셉트 카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또 카페네스카페는 교보문고 매장 내에 커피숍을 열어 ‘책과 커피’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했죠.
이러한 새로운 바람 어떤 내용인지 건국대학교 범상규 경영학과 교수와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1)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이종 브랜드와 공동마케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A: 서로 다른 성향의 브랜드가 만나 각각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들인데요. 이를 협력 혹은 전략적 제휴라는 의미로 ‘콜라보레이션’이라 합니다.
패셔니스타 공효진씨가 여성의류인 LAP(랩)과 그리고 김남주씨가 스카프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했다는 최근 기사들이 눈에 띄죠. 이처럼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 간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유명인처럼 이질적인 브랜드간의 ‘전략적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혁신시키고자하는 시도를 말합니다.
2) 주로 유명 작가의 예술작품을 브랜드에 차용하여 친근하고 주목도를 높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콜라보레이션의 시초는 어디에 있나요?
A: 이탈리아의 명문가문인 피렌체의 메디치가, 밀라노의 스포르차가는 당대 예술 천제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함으로써 그들의 재능을 꽃 피우게 한 것이 그 기원이라 하겠습니다.
현대에 와서 이루어진 전형적인 콜라보레이션의 대표적인 경우로 아트 마케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를 활용한 작품인데요. 음료수 병을 소재로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인해 획일화되는 현대사회를 꼬집은 이 작품은 최근 395억에 팔렸다고 합니다.
또 덴마크 출신 아티스트인 울라푸르 엘리아손은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의 크리스마스 쇼윈도를 장식했는데요. 특히 루이비통은 모네, 르느아르, 세잔 등과의 교류를 하는 등 전통적으로 유명 아티스트에게 쇼윈도 디자인을 의뢰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최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내의 루이비통은 럭셔리 부티크 쇼윈도의 정석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죠.
3) 내가 좋아하고 유명한 예술작품이기에, 또는 유명 아티스트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호기심만으로 평소 무관심했던 브랜드에 갑자기 호감이 쌓이기는 어려울 텐데요?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A: 소비자들은 유명 예술작품을 보면 즉각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뇌의 보상영역과 쾌감자극이 활성화됩니다. 이 때 우리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빠져드는 몰입을 경험하게 되죠. 즉 예술작품을 통해 받은 긍정적 자극이 함께 노출되는 브랜드로의 전이가 매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4) 이처럼 예술작품 중심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대중적인 유명세를 등에 업고 자사 브랜드의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인데요. 또 다른 효과를 노리는 경우는 없나요?
A: 단순히 1+1=2라는 물리적 결합이 아닌 3이나 4 혹은 그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 휴대폰이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을, LG전자가 ‘프라다폰’을 출시한 경우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획득은 물론 전문직 종사자나 사회지도층과 같이 공략하기 어려운 특정시장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죠.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브랜드 평가는 주로 이성적 판단에 따르지만, 구매결정은 본능적으로 감성적 자극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휴대폰이나 자동차처럼 물리적 속성의 제품일 경우, ‘이성’보다는 ‘감성’의 역할이 커지죠. 그래서 잠재고객들의 ‘감성’을 명품브랜드의 가치를 통해 자극할 수 있죠. 한마디로 이성과 감성이 함께 추는 블루스라고나 할까요.
5) 이처럼 감성과 같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구매결정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네요. 이러한 유형의 사례는 있나요?
A: 최근 현대자동차는 커피 전문 브랜드인 ‘커피빈’과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한 경우가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현대자동차 여의도지점 내에 커피빈이 운영하는 ‘현대차 에스프레소 1호점’을 오픈했죠. 지금까지 자동차는 남성중심의 구매시장으로 감성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주가 되는 값비싼 제품이죠. 또 자동차 전시장 역시 딱딱한 이미지인 경우가 많죠.
그러나 최근 자동차 구매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물론 직접적인 매출규모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실구매자는 아니더라도 브랜드 구매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여성고객을 유인하는 한편, ‘커피’라는 감성적인 자극제를 통해 구매의사결정을 부드럽게 유도할 수 있죠. 당연히 커피빈 입장에서도 3~40대 구매력이 높은 남성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되죠.
6) 말씀하신 현대자동차와 커피빈 사례는 브랜드 상호간 윈-윈이 되는 훌륭한 마케팅수단처럼 보이는데요. 정작 소비자입장에서 볼 때, 이들 협업 브랜드 간의 ‘혁신적 콘텐츠’가 과연 효용성을 얼마나 제공해 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요.
A: 중요한 문제인데요. 브랜드 가치 제고는 궁극적으로 기업관점인 반면, 잠재고객입장에서는 개별 브랜드가 제공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면 원한다는 거죠. 즉 단순한 상생관계 보다는 ‘융합’을 통한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거죠.
미스터피자는 2011년 ‘마노핀 갤러리’라는 토탈아트 공간을 오픈했습니다. 가나아트갤러리와 제휴를 통해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매장 자체가 하나의 상설 갤러리이면서, 한편으로는 머핀과 커피를 파는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이기도 하죠. 단순히 기업차원의 예술지원형태인 메세나 활동과는 다른 ‘갤러리에서 차를 마시면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었죠.
7) 결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콜라보레이션 활동의 방향은 어디가 될까요?
A: 소비자들은 콜라보레이션 역시 상업광고처럼 쉽게 적응하여 결국 무감각해질 수 있죠. 기존 브랜드 자극이 크면 클수록 새로운 자극은 비례해서 증가하게 된다는 ‘베버의 법칙’을 감안할 때, 브랜드 노출강도를 무한정 늘리기 어렵다는 게 문제인데요.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는 ‘노 브랜드 콜라보레이션’도 한 가지 방법이죠. 무분별한 노출을 통한 상업성을 배제하고 동시에 공공성 추구에 무게중심을 두는 방안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건국대학교 범상규 경영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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