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초과이익 공유와 중국 투자 제한 등을 제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무리한 요구지만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참여를 거부할 수도 없기 때문인데요.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가드레일 세부 내용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홍구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반도체 법의 최우선 목표는 세계 주요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설비를 미국에 짓게 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면서도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심사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기업은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히고, 수익 전망치를 제출해야 하는데, 보조금을 1억 5천만 달러 이상 받는 기업은 초과 수익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의 회계장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얘기입니다.
또 국방 안보 분야에 첨단 반도체를 우선 공급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무리한 요구지만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우리 기업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양팽 /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하는 말은 우리는 미국 상무부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고,/ 그게 오히려 그 다음에 규제라든지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부분을 볼 때 울며 겨자 먹기로 라도 신청을 해야 하지 않겠나….]
더 큰 문제는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에 10년간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가드레일' 규정입니다.
이 규정의 세부 내용을 놓고 우리 정부와 기업은 현재 미국 측과 협의 중인데, 이번 달 중에 내용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미 대규모 미국 투자계획을 밝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이들 공장에 대한 후속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도 우리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지식재산권과 생산장비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 반도체의 최대 고객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시점에 미 중 간 반도체 패권 다툼 속에서 묘수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YTN 박홍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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