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식당 구석에 방치돼 있는 국보300호 '미륵불괘불탱'

2008.02.15 오전 02:20
[앵커멘트]

소중한 국보가 아무런 보존 대책없이 사찰 식당 안에 있는 상자 안에 방치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통일신라 시대 천년 고찰인 충남 청양 장곡사에 있는 국보 300호인 '미륵불괘불탱'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 관리에 구멍이 뚫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이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통일신라 문성왕 12년, 서기 850년에 창건된 장곡사.

상대웅전과 하대웅전 등 2개의 대웅전이 있는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입니다.

[인터뷰:동해 스님, 장곡사]
"국보와 보물이 많이 있고 문화적 가치도 아주 높습니다."

국보 2개와 보물 4개, 유형문화재 등 소중한 문화재를 많이 보유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찰이지만 관리상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보 300호인 '미륵불괘불탱'이 보관돼 있는 곳은 사찰내 식당.

수많은 신도와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식당 안에 국보가 10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가로 59, 세로 869㎝규모의 상자를 사찰 안에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괘불을 보관하는 상자를 열어 봤습니다.

상자 안에는 좀약이 들어 있지만 삼베로 만든 괘불을 위한 항온과 항습 등 문화재 보존을 위한 조치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장곡사에는 CCTV 등 감시카메라가 여러대 설치돼 있지만 고장난 뒤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국보 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가 있는 상대웅전 주변에 설치된 CCTV는 물론 절 안 감지시스템은 아예 작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에는 문을 잠가 놓고 있지만 경비원이 없어 도난과 화재에 완전 노출돼 있습니다.

화재에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소화전 역시 고장났습니다.

사찰의 경비를 위해 건립한 관리사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지어져 10여 년째 방치되고 있어 흉물로 변해버렸습니다.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고북은 찢어진 채 방치돼 천년 사찰의 역사적 가치를 오히려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역사적 가치가 큰 목조건물 내부에 전기 시설로 인한 화재 위험은 물론 단청을 입힌 목재 등이 땔감으로 사용되는 등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YTN 이정우[ljwwow@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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