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존엄사 기준 첫 마련

[앵커멘트]

서울대병원이 말기암 환자가 원할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한 셈이어서 존엄사 판결을 앞두고 있는 대법원은 물론 다른 병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회복이 불가능 할 정도로 의식이 없는 환자들이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판단을 못할 정도로 의식을 잃었을 경우, 말기암 환자에 한해 연명치료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서울대병원이 만든 '사전의료지시서'입니다.

말기암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원하는지를 미리 묻습니다.

특정인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결정권을 위임할 수도 있습니다.

분야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사용, 혈액투석 치료 등 3가지 치료로 한정했습니다.

[인터뷰: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기본적인 치료는 다 해야죠. 그러나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과 같은 극단적인 연명치료 이 부분에 대해서 환자가 원하지 않을 때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게끔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하고 국내 처음으로 공식적인 기준을 마련한 겁니다.

말기암 환자 모임은 제한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인터뷰:최성철, 암 시민연대 사무국장]
"존엄사 부분에 관해서 그것이 악용될 여지를 최소화한다면 암환자도 최소한의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선택권 하나를 가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법적인 토대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1심 법원에서 처음으로 존엄사 인정을 받았던 77살 김 할머니는 병원의 항소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판결은 오는 21일 열립니다.

서울대병원의 결정이 대법원이나 다른 병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YTN 이정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