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현장24', 오늘은 일제 강점기 때 강제 동원됐다 희생된 한국인 유골의 봉환 문제를 짚어봅니다.
정부가 봉환하고 있는 군인이나 군속 유골과 달리 근로자 등 민간인 유골은 일부 종교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봉환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확인도 안 된 유골을 마구잡이로 들여오고 심지어는 은밀한 돈 거래도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윤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종교 시설입니다.
지난 광복절 때, 일본으로 강제 동원됐다 희생된 한국인 유골 100여 구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무산됐습니다.
유골을 발굴해 보관하고 있다던 일본 사찰 측이 유골을 보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설 측은 계약금 500만 원을 이미 건넸고, 유골을 받고나서 나머지 1,600만 원을 더 주기로 했는데 일본 사찰 측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깼다고 말합니다.
[녹취:종교 시설 관계자]
"위령제 준비 작업을 하는데 다른 무리들에 의해서 일본 쪽에서 이중 계약을 해서... 지금 유해를 사고파는 일을 한다고 밖에 볼 수 없어..."
문제의 일본 사찰은 같은 유골을 두고 경남 양산에 있는 다른 단체와 또 계약을 맺었고, 결국 지난 25일 국내로 봉환됐습니다.
이처럼 국내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골을 들여오는 데는 금전적인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위령제를 열어 신도들이나 기업체에서 후원금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령제를 홍보하려고 저명 인사의 추도사를 위조하는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합니다.
[녹취:종교 시설 관계자]
"후원 계좌를 만들어 신도들에게 후원금을 받으면 신도 30만 명이면 금방 몇 십 억 들어옵니다."
더 큰 문제는 DNA검사 등 기본적인 신원 확인 작업도 거치지 않고 일본에서 건네는 대로 받기만 해 유골의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경남 양산에 있는 단체를 통해 봉환된 희생자 명단입니다.
국무총리 산하 일제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이미 일본 내 다른 사찰에 묻혀 있는 유골이 마치 새로 들어온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미 봉환된 유골도 포함돼 있습니다.
[녹취:봉환된 피해자 유족]
"큰아버지? 일본에서 돌아가신 분? 큰 아버지 유골이 왔는데 뭐. 그 당시 돌아가셔서 유골을 모시고 왔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부는 태평양 전쟁이 끝난 지 60여 년 만인 지난해 군과 군속 유골에 대해 봉환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전역에 걸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만 위의 민간인 유골에 대해서는 제대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민간 단체끼리 나서다 보니, 한국인인지 조차 알수없는 유골이 들어와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오일환,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위원회 유해팀장]
"유골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서 일방적으로 가져온 다음에 아무데나 방치되거나 보관돼 있지 않아서 또 다시 유골을 잃어버리게 되는...강제로 막을 방법은 법으로 돼 있지는 않고요."
[인터뷰:김광열, 광운대 일본학과]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에 동원됐던 희생자들의 유해를 제대로 처리하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갖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더 강력하게 의지를 가지고..."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
정부나 관계 기관의 무관심 속에 이들의 유골 봉환을 미끼로 한 은밀한 뒷거래가 거리낌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YTN 신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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