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YTN 8585] 한국장학재단의 이상한 공개채용

2010.09.30 오전 05:10
[앵커멘트]

직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필기시험의 평가기준을 바꾸고, 서류전형 통과자 수를 터무니없이 늘려, 결국 당락이 뒤바뀌었다면 제대로 된 채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주먹구구식 공채가 정부가 출범시킨 장학재단에서 일어났습니다.

나연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학자금 등 3조 5,000억 원에 이르는 국가장학기금을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설립된 한국장학재단.

이경숙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준정부 기관입니다.

입사 경쟁률은 다른 공사와 마찬가지로 수백대 1에 이릅니다.

심각한 청년실업 사태 속에 안정적 직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공개 채용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됩니다.

YTN이 입수한 재단의 내부감사 자료를 보면 올해 초 진행된 신입 사원 공채에서 필기 전형의 점수 산출 방식이 갑자기 바뀝니다.

60점 이상을 얻은 사람 가운데 고득점자 순으로 3배수 선발하도록 돼 있던 게 커트라인이 없어지고 다른 시험과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 14명의 당락이 엇갈렸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커트라인에 미달해 탈락했어야 할 14명이 전형을 통과했고 이 가운데 5명이 최종합격했습니다.

경력직 시험에서도 인적성 검사에서 갑자기 커트라인이 60점에서 40점으로 낮아집니다.

합격 점수에 미달했던 7명이 전형을 통과해 이 가운데 직무 능력 점수가 가장 낮았던 1명이 최종합격했습니다.

서류전형에서는 5배수를 통과시켜려던 당초 계획이 바뀌어 20배수로 늘어나는 등 전형단계별 통과 인원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이런 전형 기준 변경은 모두 선발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실행됐습니다.

[인터뷰:유진현, 한국장학재단 감사실 직원]
"A,B,C,D,E가 서류를 통과했어야 되는데 중간에 기준이 바뀌면서 A,B,C,H,I 다섯명으로 바뀌었단 말이에요."

재단 감사실은 이 같은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인사 담당자들을 파면 또는 정직시키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받은 처분은 '주의환기'에 불과했습니다.

재단 측은 단기간에 우수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현실에서 과정상 미숙한 점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강성곤, 한국장학재단 대외협력단장]
"(선발)조건들을 조금씩 조정함으로써 더 좋은 사람을 뽑을 수가 있겠다고 집행부서에서 판단을 하면 그런 것들을 반영해서 조금씩 바꿔나갈 수도 있는데..."

상부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재단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종결된 사건이기 때문에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녹취: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
"자체적으로 종결됐다고 저희는 판단을 했다 이겁니다, 3개월 전에. 심각하다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판단을 했다는 거죠."

애초 전형기준대로라면 탈락해야 했던 직원들은 모두 7명.

그러나 평가기준이 바뀌면서 이들은 모두 합격했고 이 가운데 3명은 공교롭게도 이경숙 이사장이 총장으로 있었던 숙명여대 출신입니다.

'공정사회'가 화두인 요즘, 또 한번 채용 특혜 의혹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재단 측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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