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이번 정권 초기, 이른바 '실세'라고 불리던 청와대 핵심 참모를 상대로 조직적인 인사청탁 로비 시도가 있었던 사실이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국립대 교수와 특정 지역 출신들이 로비에 나섰는데, 경찰이 이들 가운데 일부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고한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일식집입니다.
지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당시 정권 실세로 불리던 청와대 핵심 참모 A 씨는 고향 동기와 후배들의 소개로 이곳에서 서울 소재 국립대 전 총장인 김 모 교수를 두 차례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노골적인 인사청탁이 이뤄졌습니다.
김 교수는 A 씨에게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되게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두번째 만난 자리에서는 유명 사찰의 주지가 썼다는 반야심경을 선물했습니다.
[녹취:H 씨, 동석자]
"불교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반야심경)을 전달했어요. (김 교수가) 거기서 나와서 '이제 됐다. 나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간다' 그러면서 길길이 뛰었어요."
이같은 인사청탁 로비 시도에는 A 씨의 고향 인맥이 조직적으로 가담했습니다.
중학교 동창, 고향 모 고등학교 출신, 부인의 초등학교 동창까지.
A 씨와 직간접적으로 연이 닿는 지역 인맥이 동원돼 만남을 주선하고, 보좌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되지 못했고, 결국 인사청탁 로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학연·지연을 통해 이른바 '정권실세'에 줄을 대려던 사람들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김 교수가 2008년 중순부터 1년여 동안 A 씨 지역 인맥 등 주변인물들에게 접대비 등으로 쓴 돈은 모두 1억 6,000만 원.
경찰은 A 씨 지역 출신들이 김 교수에게 접근한 뒤, 로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관련자 서너명을 불러 조사했고, 이 가운데 한 명에 대해서는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김 교수가 A 씨와 만나게 해주면 수억 원을 주고, 교직원공제회 계열사 임원 자리도 보장해 주겠다며 먼저 로비를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K 씨, 인사청탁 로비 관련자]
"나를 사주해서 (뇌물을) 청와대 갖다 주려하고 그런 로비하려한 정황이 다 있으니까. 우리도 (힘이) 센 데가 있으니까. 한번 붙어 보는거지 뭐..."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최근 관련 제보를 받고, 공무원 신분인 김 교수가 인사청탁 로비를 벌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녹취:김 모 교수, 인사청탁 로비 당사자]
"사람 이름 거론되는 게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없는 걸로 해주세요. 조용히..."
현직 장관인 A 씨는 김 교수 등이 중학교 동문회 자리에 찾아와 인사청탁을 한 것은 맞지만 소관이 아니라며 모두 거절했고, 반야심경을 받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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