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진찰을 받아도 뚜렷한 원인이 없는데 몸 일부분이 지속적으로 아픈 분들 계시죠.
이런 걸 '만성 통증'이라 하는데요, 이 만성 통증을 앓는 사람의 상당수는 심각한 정신적 장애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기봉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몇 년 전부터 손과 어깨, 허리 등 몸 여기저기가 이유 없이 아팠던 주부 이동주 씨.
함께 농사일하는 어른들 눈치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 통증이 됐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임시 치료만 받다 보니 증세는 더 심해졌고 우울증까지 얻었습니다.
[인터뷰:이동주, 경북 경산시]
"젊은 며느리가 병원 간다 하면 뭐라 하시거든요, 그래서 병원도 못 가고 아파도 참고 했는데, 손은 손대로 아프고 발은 발대로 아프면서도 일을 했어요."
이유 없이 찾아온 어깨통증으로 6개월 넘게 고생해온 김용진 씨는 요즘 불면증까지 찾아와 더 힘듭니다.
[인터뷰:김용진, 서울 신림동]
"거기에다 신경을 쓰지 말고 잠을 자야 되는데 이렇게 자꾸 아프니까 그쪽으로 신경을 쓰니까 잠을 더 못 자는 것 같아요."
괜찮겠지 하다 초기 치료를 놓치거나, 뒤늦게 원인을 제거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통증이 느껴지는 만성 통증.
뚜렷한 병명이 없다 보니 집중 치료를 받기 힘들고, 아프다고 말하기도 민망해 혼자 끙끙 앓다가 정신적 장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대한통증학회 조사 결과 만성 통증 환자 가운데 60%는 수면장애를 앓고, 44%는 불면증, 경제활동에 제한을 받거나 가정불화를 겪는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성통증으로 인한 심리적 정신적 장애는 특히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훨씬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수면장애나 우울증은 물론 10명 중 4명은 자살 충동까지 느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통증이 중추신경을 통해 뇌의 기능을 약화시켜 실제 뇌 용적이 줄어들고,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최봉춘, 통증전문의]
"통증으로 밤에 잠을 설치고 불면증이 오고요, 또 그로 인해 낮에 항상 피곤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또 나아가서 식욕도 떨어지고 그러다보면 점점 우울증에 빠져서..."
따라서 다른 병명이 없어도 '지속되는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약물이나 신경차단 등 만성통증을 없애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있는 만큼 섣불리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YTN 김기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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