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살을 한 번 시도했던 사람이 언젠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은 일반 사람에 비해 무려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자살 방지를 위해 대대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진 내용인데요, 주변의 작은 관심과 배려로 자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김기봉 기자입니다.
[기자]
37분에 한 명 씩 스스로 목숨을 끊어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우리나라.
자살을 시도했다 어렵게 목숨을 건졌다해도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생각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조사 결과, 자살 시도자가 이후에 자살로 숨질 확률은 인구 10만 명에 700명으로, 28명인 일반인보다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60대 이상 노령에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추후 자살로 숨질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부가 자살자의 유서와 주변인들을 심층 면담하는 이른바 '심리적 부검'을 해봤더니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왔습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원인에 이어 최근 발생한 경제문제나 대인관계로 인한 급성스트레스, 질병과 빈곤 등으로 인한 만성스트레스, 그리고 절망감이나 분노를 주변에 알리려는 충동적 원인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표면적 원인이 무엇이든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건 대부분 내면에 깊게 깔린 우울증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인터뷰: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판단하고 따져서 그런 행동(자살)을 했다기 보다는 우울증이 장기적으로 지속됐다든지, 알콜중독의 문제, 그런 것들이 충동성을 강화시켜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자살하려는 사람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쉽게 자살 만류 노력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살 시도자의 얘기를 진정성있게 들어주기만 해도 자살의 상당 건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주변인에 대한 작은 관심과 말 한마디가 새 삶을 돌려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자살 징후로) 20대의 경우 SNS 문구를 자살 관련 내용으로 변경을 하고, 30~40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못을 빌고 안부를 묻는 이런 행동 유형을 보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자살방지법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처음 진행한 것으로, 범부처 차원의 중장기 자살예방 종합대책의 근거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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