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 따로 현실 따로...'삼각대 규정' 손 본다!

2015.08.29 오전 05:05
[앵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삼각대나 불꽃신호기 등을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는데요.

사실 이런 규정대로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자 경찰이 현실에 맞게 바꿔 나가기로 했습니다.

황보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속도로 1차로에 사고가 난 승용차가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현장을 발견한 경찰이 다가가는 순간.

쏜살같이 달려온 승용차가 순찰차를 들이받은 뒤 방향이 꺾여 1차 사고 차량 쪽으로 돌진합니다.

놀란 경찰은 중앙분리대 위로 황급히 올라가 간신히 화를 면했습니다.

[설의환, 경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경장]
"뒤에 돌아보는 순간 검은색 승용차가 브레이크도 안 밟고 온 거죠. 말도 안 나올 정도로 빨리 왔기 때문에 그냥 (중앙분리대로) 올라갔는데 왼쪽 다리를 스치고 차가 지나간 거죠. 순찰차를 박고."

앞선 차의 사고나 고장 이후에 일어나는 이런 2차 사고에서는 특히 사망자가 많이 발생합니다.

치사율은 일반 사고보다 무려 6배나 높습니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긴급상황 때 운전자는 낮에는 차량 뒤쪽 100m 지점에 삼각대를 세우고 밤에는 뒤쪽 200m 지점에 불꽃신호기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가며 100m, 200m를 역으로 걸어가 설치하라는 것인데 아직도 잘 모르는 운전자가 적지 않습니다.

[임윤동, 승용차 운전자]
"안전거리를 더 많이 확보하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또 실행에 옮길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

규정대로 하기 위해선 사실상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 레커차 운전자]
"(삼각대나 불꽃신호기 설치)할 시간이 없어요. 차선에 있다가 죽어요. TV에는 삼각대 설치하고 이런 거 많이 나오죠? 설치하다 죽어요."

잘 알지도 못하고 잘 알아도 지키기 어려운 삼각대 규정.

만들어진 지 이미 30년이 넘어 지금의 교통 환경과는 많이 동떨어져 보입니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
"100m 또는 200m에 설치한다는 것은 아마 과거에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YTN 여론조사 결과 4명 가운데 3명은 현행 삼각대 규정을 현실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잘 보인다면 삼각대를 차와 가까운 쪽에 설치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
"100m 후방에서 비상경고등이 잘 보이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100km가 넘게 달리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안전삼각대를 설치하기 위해 100m까지 이동하는 것은 불필요하지 않지 않느냐"

경찰은 국민 불만이 높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
"현행 규정의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은 개정해서 시민들이 안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찰은 해외 선진국 사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집해 운전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2차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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