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도권] 미세먼지, 정부·지자체 '남탓'만... 체계부터 갖춰야

2018.07.11 오전 10:40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7월 11일 수요일
□ 출연자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요즘 공기질 참 좋죠. 며칠씩 대기정체와 국내외 오염물질로 답답했던 미세먼지 가득할 때와 비교하면 아주 살만 합니다. 물론 계절과 날씨의 영향도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 미세먼지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미세먼지의 출처를 두고 국내냐, 해외냐 논쟁이 있었는데요. 우리나라 내에서도 바람을 타고 미세먼지가 옮겨 다니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지자체인 서울시·경기도·인천시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두고 정책적 합의를 이뤘습니다. 관련 소식,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이하 이덕환): 안녕하세요.

◇ 장원석: 요즘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물론 계절적 요인이라든지 날씨 영향도 있겠습니다만,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이덕환: 지금은 계절적인 요인이죠. 원래는 5월 초쯤이면 미세먼지가 사라졌는데 올해는 한 달 정도 더 지속된 겁니다. 지금부터 11월 중순 경까지는 깨끗한 하늘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 장원석: 말씀하신 대로라면 5월 정도면 예년에는 미세먼지가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좀 길게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까요?

◆ 이덕환: 이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는 겁니다. 먼지 사정은 해마다 달라지고 달마다 달라지는 거라서, 정말 매일매일 다른 거죠. 예측이 불가능한 겁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어느 정도 최선을 다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학자들도 연구하고 있고, 지자체장들도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텐데요. 겨울에 다시 11월이 오면 중국에서도 난방을 시작하고 우리도 미세먼지 배출하면서 대기가 정체되면 농도가 높아지고, 해소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요. 미세먼지의 여러 가지 원인, 아직도 정확하게 출처를 밝혀내기도 어렵고요. 원인은 뭐라고 분석하고 계시는지요?

◆ 이덕환: 우리 환경부에서는 세 가지를 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경유차하고 중국발 미세먼지, 그리고 석탄화력. 이렇게 세 가지만 해결하면 미세먼지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물론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있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부터 저쪽 아프리카 서해안에 이르는 중저위도 지역이 겨울철이면 아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적인 원인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거죠.

◇ 장원석: 인간이 인공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면서 원료를 태우고 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 이덕환: 그 부분도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북한의 평양도 서울 못지않게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어요. 평양에 서울처럼 자동차가 많은 것도 아니고, 경유차가 많은 것도 아니죠. 그런데도 평양도 미세먼지 사정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 장원석: 그럼 자연적인 요인들은 주로 뭐가 있습니까?

◆ 이덕환: 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건조한 토양입니다.

◇ 장원석: 사막 같은 곳인가요?

◆ 이덕환: 그렇죠. 중국의 서북부 지방은 사막이 문제가 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겨울철에 우리가 옛날에는 보리농사 밀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아무 농사도 짓지 않고 논하고 밭이 그냥 벌거벗은 채로 겨울을 나죠. 여기에 바람이 불면 먼지가 굉장히 많은 양이 발생하고, 서울의 경우에도 날림먼지라고 해서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엄청납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지금 정부가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죠.

◇ 장원석: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먼지에다가, 특히 겨울철에 발생하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먼지, 석탄화력발전소, 경유차 이런 것들 때문에 걱정인데요. 국내에서 우리나라에서 지역 간에 주고받고 있는 미세먼지도 굉장히 많겠네요.

◆ 이덕환: 지역 간에도 바람을 타고 굉장히 많은 양의 미세먼지들이 옮겨다니죠. 그런데 어제 일부 언론, 정확하게는 한 중앙 일간지하고 지상파 방송 한 군데서 좀 이상한 자료를. 이게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나온 자료라고 그러는데 제가 확인해봤더니 그쪽에는 자료가 없어요. 내용은 이런 겁니다. 서울, 경기, 충남 각 지역에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하고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양을 분석해놓은 건데 결과가 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서울의 경우에는 서울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12%밖에 안 되고, 중국에서 오는 게 49%고 다른 지역, 경기 남북부, 인천, 충남에서 오는 게 39%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거 아닙니까. 왜 먼지가 그렇게 서울을 향해서 몰려들까요. 또 충남도 가면 마찬가지예요. 충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얼마 없고 다른 지역에서 온다. 이건 자가당착적인 거고, 왜 이런 잘못된 자료들이 돌아다니는지. 이건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자료이고요. 미세먼지가 어디 꼬리표가 붙어서 나는 충남 지역에서 온 거고 나는 서울생이고, 이렇게 붙어있는 거 아닙니다. 환경부가 왜 이런 자료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부터가 좀 어처구니가 없고요. 이런 자료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고요. 미세먼지는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옆집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집에 전혀 안 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니까 미세먼지를 이렇게 통계적으로 중국에서 49%가 온다, 이런 식의 자료를 만들어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책은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 장원석: 지금 말씀하신 것이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를 출처로 한 보도, 그런 것들을 비판하신 건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수치화할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 우리가 대응하고, 만약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 충남의 화력발전소 이런 데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가까운 경기 남부라든지 주변 지역에 영향을 준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들이 잘못됐다는 건가요?

◆ 이덕환: 꼭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가지고 서울에서 발생하는 건 12%밖에 안 되고, 충남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게 훨씬 더 많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그런 말이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언제나 이렇다고 주장하면 그건 과학적인 게 아니죠. 이런 자료보다는 정확하게 발생과정이나 양이나 이런 것들을 짐작하고 이해하고 그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 장원석: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을 가지고서 1년 내내 이런 식으로 수치화시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지금 학자들도 참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이 원인규명 아니겠습니까. 중국에서도 우리는 별로 배출 안 한다고 하고 있고, 우리는 중국에서 온다고 하고 있고,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내뿜는 미세먼지가 중국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다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데, 원인규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이덕환: 우선 정확한 조사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 조사가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미세먼지라는 게 항상 발생하는 게 아니고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시간대에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발생해서 그게 우리를 괴롭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정말 투자가 많이 있어야 하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 정부가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남의 탓을 하고 싶어 하는 겁니다. 실제로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미세먼지는 황사하고 비슷한, 중국 서북부에서 발생해서 북한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오는 게 거의 유일하고요. 우리가 생각하듯이 북경 근방, 산둥반도 근방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오는 것은 기상학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환경과학자들하고 기상학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상학자들하고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 관계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 장원석: 국내에서 먼저 전문성을 갖춰야 다른 나라하고 세미나를 한다든지 얘기할 때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서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덕환: 그렇죠. 우리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 장원석: 그런가 하면 지자체 간의 공조도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인데요. 이번에 정책적인 합의를 했는데, 이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이덕환: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거죠. 지난 1월 달에 저희가 보지 않았습니까. 서울시에서 사흘 만에 150억을 날려놓고 경기도 탓을 했어요. 경기도는 또 서울 탓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자체건 정부건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자기네들끼리 그렇게 이해관계를 두고, 정책적인 이해관계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닙니다. 지자체들 사이에 정보교류가 필요하고 정책적 합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과연 1년에 두 번씩 환경부장관하고 자치단체장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 건지는 잘 모르겠고요. 국장급 회의가 핵심이 되는 것 같아요.

◇ 장원석: 월별로 회의를 개최한다고 하죠.

◆ 이덕환: 그렇죠. 그런데 이 국장급 회의라는 데에서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이게 좀 의심스럽습니다. 이거보다는 환경부에서 전국 차원에서 미세먼지의 발생하고 이동, 그리고 해결방법에 대해서 전국적인 규모의 대책이 먼저 수립되고 그것을 지자체들이 나누어서 서로 합의해가면서 추진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장원석: 정부 차원에서 환경부가 중심이 돼서 지역 전체를 먼저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까지 들어보도록 하죠.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덕환: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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