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악명 높았던 친일파들이 전쟁 영웅으로...지워진 과거

2019.01.04 오전 05:28
[앵커]
3.1 운동 100주년 기획 보도,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일제 강점기 악명 높았던 친일파들이 전쟁 영웅이나 교육자로 그려지고 있는 현실을 보도합니다.

시민단체들이 친일 행적을 바로 알리기 위한 단죄문 설치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홍성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950년 12월, 이른바 '흥남 철수 작전'으로 피난민 10만 명을 남으로 옮긴 김백일 장군.

그의 공적을 기리는 동상입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독립군 토벌로 악명 높았던 간도특설대 일원이었던 과거는 감췄습니다.

[류금열 / 거제개혁시민연대 대표 : 악랄했던 간도특설대의 대표적인 장교였습니다. 과거 전력, 즉 친일파 전력을 완전히 속인 채 있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죠.]

전쟁영웅이나 교육자로 후세에 알려진 친일파와 관련된 기념물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일제강점기의 행적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부산 경남고에 세워진 초대 교장 안용백 동상도 마찬가지.

일제 찬양 글을 기고하고 강연까지 했지만, 당시 약력은 출생과 학력이 전부입니다.

[부산 경남고등학교 학생 : (친일 행적에 대해서 학생들이 아나요?) 아니요. 그런 것은 잘 몰라요. 그냥 동상 세워져 있는 정도만…누가 말해주진 않고 아이들끼리만 알아요.]

서울 휘문고등학교에 세워진 민영휘의 동상 역시 친일 기록은 없지만, 친일파라는 것은 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휘문고등학교 학생 : 그분(민영휘)의 업적이 좋든 나쁘든 간에 다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좋은 업적이고 나쁜 업적이고 모든 업적을 다 써주는 게 저는 바르다고 생각해요.]

전국 학교에 설치된 친일파의 동상이나 기념비는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5곳, 하지만 친일 행적을 기록해 놓은 곳은 없습니다

이렇게 위인으로 포장된 친일파의 행적을 알리기 위한 것이 이른바 '단죄문'.

그러나 지난 2012년 가장 먼저 만든 친일파 윤치호 기념비 옆 단죄문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명성황후 시해에 앞장선 친일파 이두황의 단죄문.

땅 주인 반대로 묘에서 300m 넘게 떨어진 곳에 세워 유명무실합니다.

'울고 넘는 박달재',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로 유명한 반야월의 기념비.

일제의 침략전쟁을 칭송하는 노래도 불러 단죄문이 옆에 만들어졌지만, 충북 제천시는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친일파 단죄문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혹은 지역 명소에 흠집을 낸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7년 동안 고작 7곳에 설치된 게 전부입니다.

[김재호 /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 :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아니라 국가의 역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더 확대되고 그들이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 일에 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 무색하게, '역사 바로 알리기'는 여전히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 손에 맡겨져 있습니다.

YTN 홍성욱[hsw5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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