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당근마켓'이 네이버 자회사 라인에서 자사 서비스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베끼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판교장터라는 이름에서 시작한 당근마켓은 사용자 주변 6km 내의 상품만 거래가 가능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지난해 말 국내 전자상거래 앱 중 이용자 체류 시간 1위를 차지하며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7일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베트남에서 서비스하는 중고거래 앱 'GET IT(겟 잇)'이 당근마켓을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 라인이 당근마켓에서 개발한 메인 화면, 동네 인증 화면, 동네 범위 설정 화면 및 프로필 화면, 매너 온도, 매너평가 등 세부적인 서비스 화면과 기능을 그대로 도용했다며 구체적인 증거도 함께 제시했다.
김 대표는 2018년 12월 출시한 네이버 라인의 'Get It'은 모든 화면과 세부 기능에서 당근마켓과 유사한 점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네이버에서 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여, 작은 스타트업이 4년 동안 밤낮없이 고민하여 만든 서비스를 단 몇 개월 만에 베껴 베트남에서 서비스하고 있다"며 네이버 라인 측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17일 오후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김용현 대표는 "당근마켓의 월 이용자가 280만 명을 넘어서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GET IT'이 서비스를 시작한 베트남 시장은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해 해외에 먼저 진출하는 것은 스타트업 산업 자체를 꺾어버리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당근마켓 측은 현재 네이버 라인으로부터 어떠한 공식 입장도 전해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네이버 라인 측은 공식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해외에서도 로컬 지역 내의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앱부터, 위치 기반의 소셜 데이팅앱 등 다양한 지역기반의 서비스들을 찾아볼 수 있다"며 "모바일 화면 내 UI의 경우, 'GET IT'의 출시 이후, 현지 유저 정성조사 및 피드백을 참고해 썸네일·제품 정보 등의 배열 조정을 통해 다양한 포맷으로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진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라인은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베트남에서 'GET IT'을 출시했고, 중고거래 서비스를 포함한 O2O, 소셜 기능을 덧붙인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며 서비스 카피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한편 네이버 측은 지난해와 올해에 거쳐 당근마켓을 상대로 투자 및 인수 등을 제안했으나, 당근마켓은 검토 끝에 이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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