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석 달간 금주' 음주 운전자 새 삶...'치유 법원' 첫 사례

2019.12.04 오후 10:36
치유법원 첫 사례
음주 운전자 '금주 일기'
법원, 징역 1년→집행유예
[앵커]
피고인을 무조건 처벌하기보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치유 법원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됐습니다.

법원이 3개월 동안의 가족들과 영상 일기를 쓰며 금주한 음주 운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다른 비슷한 사건으로 확대될지 주목됩니다.

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른 저녁, 34살 허 모 씨가 두 명의 자녀와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허 모 씨 / 34살 : 오늘도 퇴근하고 아이들이랑 밥 먹고 과일 먹으면서 책 보고 공부 좀 시키고 오늘도 하루 마무리할 겁니다. (공부라니!)]

매일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이 이렇게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로부터 며칠 전만 해도, 음주운전 전력이 있던 허 씨는 음주 뺑소니 혐의로 다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가 허 씨를 상대로 전국 최초로 '치유 법원 프로그램'을 실시한 겁니다.

[정수진 / 서울고등법원 공보관 : 범죄의 원인이 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과제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변화할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3개월 동안의 금주와 밤 10시 이전 귀가를 조건으로 허 씨를 석방했고, 매일 동영상과 활동보고서를 일기처럼 비공개 카페에 올리도록 했습니다.

재판부와 변호인은 물론 검사까지 힘을 모아 응원과 지지의 댓글을 달며 허 씨를 격려했습니다.

[장원택 / 허 씨 측 변호인 :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동영상을 올려주셨고, 저희 변호인 그리고 재판부에서도 잘 이행했음에 대한 박수와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약속을 지킨 허 씨에게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허 씨가 치유 법원 프로그램 첫 졸업자로서 우리 사회에 밝고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허 씨 / 치유 법원 프로그램 이행 피고인 : 1심 때는 막연하게 술을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술을 먹으면서 제가 잃을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또 이번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치유 법원 프로그램이 정식으로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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