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육군과 공군 등의 군가에 친일 음악인이 작곡한 노래 30여 곡이 있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이 밖에도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1970년대 유신 체제를 미화하는 등 시대착오적 군가들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8년 최신판 국방부 군가 총록집에 실린 '여군 미쓰리'입니다.
[여군 미쓰리 / 육군 군가 : 치마를 둘러 입고 총칼은 안 들어도 나라 위해 일어섰네 여군 미쓰리…]
여군을 전투 임무와 무관한 존재로 묘사하더니, 성차별적 가사가 이어집니다.
[여군 미쓰리 / 육군 군가 : 국방색 치마는 미니스커트 제비 같은 그 모습이 정말 예뻐요…]
여군을 약한 존재로 비하하는 건 여군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군가 : 연약한 몸이나 조국에 바쳐서…"
간호 장교를 양성하는 국군간호사관학교 교가는 사관생도를 '백의의 천사', '겨레의 꽃'으로 표현합니다.
[서혜진 /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 그곳에는 여성 장교만 있는 게 아니고 남성 생도도 있어요. 간호 생도를 남성 군인을 위해서 지원하는 존재로밖에…]
해군과 공군 군가 중에는 바다와 하늘을 '아가씨'에 비유하는 노래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나는 독수리 / 공군 군가 : 아가씨 손길 같은 구름의 고향에서 젊은 날의 낭만을 노래하지만…]
그런가 하면 등이 굽은 장애인을 희화화하는 군가도 있고,
[명랑 오락회 / 육군 군가 : 김 상병 곱사춤이 우습구나 야하하하하…]
유신 독재 미화 논란이 불거졌던 '유신의 국군'도 아직 군가 총록집에 남아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들 군가가 실제 병영에서는 거의 불리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제 소지가 있는 군가를 부르지도 않으면서 계속 내버려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방혜린 /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 제가 여군(출신)이지만 그걸 똑같이 다 배웠단 말이에요. 내가 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 건지 (헷갈리고), 더군다나 유신 같은 경우는 이미 반성해야 할 역사 중에 일부인 거잖아요. 우리 군의 어두운 역사고…]
국방부 관계자는 군가 개편이 쉽게 결론 내릴 일은 아니라며, 범정부 차원의 연구와 국민 공감대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습니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소수자 비하, 군사독재 미화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군가 전반의 개편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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