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20년 5월 9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성소수자 혐오, 사생활 침해 '이태원 클럽 확진자' 보도
- 감염병 보도와 무관한 '게이클럽' 밝혀
- 인권침해 혐오조장 표현 자제하자는 '코로나 19' 보도준칙에 어긋나
1)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2) 코로나 19, 이제 생활방역체제로 가면서 큰 고비는 넘긴게 아닌가 하는 얘기들을 하던데, 아직까지 재난특보 체제로 운영되는 코로나19 관련 언론보도를 짚어주신다고요?
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다루는 언론 보도를 계기로 확진자 동선 공개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과연 확진자 동선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사생활침해는 아닌지 등의 문제인데요. 이것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지만 더 문제가 됐던 건 바로 언론의 보도 태도였습니다. 지난 7일 국민일보 기삽니다. 역시 단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는데요. 제목이 이렇습니다.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그 밑에 클럽 세 곳 2000여 명 방문, 지역사회 2차 감염 우려.. 이렇게 쓰여 있는데요... 과연 2차 감염을 우려하는 보도 태도인가 의문입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도 ‘확진자에 대한 취재 보도를 할 때 확진자와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보도 준칙의 준수를 부탁드린다’라고 했는데요... 단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제목에 ‘게이클럽’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한 거죠.
3)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하자마자, 한 확진자가 이태원에 있는 클럽과 주점 여러 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보도 내용을 말씀해주셨어요. 동선 공개는 방역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혐오와 차별이라는 편견이 도사린 ‘게이클럽’이라는 걸 굳이 밝힐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신데요.
우리가 그동안 재난보도준칙 이런 이야기 많이 했었는데요...
네, 2월 21일 한국기자협회가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발표하면서 인권침해, 혐오 조장 표현을 주의하자고 밝혔고, 3월 9일, 인권위원회도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사생활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죠.
감염병 보도와 관련해서는 이미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감염병의 규모·증상에 대한 과장된 표현 자제’ 등의 내용을 담아 제정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더 발전된 감염병 보도 준칙이 나왔는데요.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했습니다. 지난 28일에 선포식을 갖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감염병 보도가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여기에도 보면,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 명시가 돼 있습니다.
4) 이번에 발표된 ‘감염병 보도준칙’, 이전과 비교해 어떤 점들이 눈에 띄셨습니까?
네, 5항 감염인에 대한 취재 보도 조항에 보면, ‘불확실한 감염병의 경우, 기자를 매개로 한 전파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감염인을 직접 대면 취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권고사항에 보면 ‘감염병 발생 시, 각 언론사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감염병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을 받지 않은 기자들이 무분별하게 현장에 접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위험 지역 접근취재 시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기자들의 안전 및 방역에 대비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5) 기자도 취재과정에서 감염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포함됐네요. 취재기자도 지키고, 감염병의 확산도 막는...적절한 내용인 것 같은데요. 앞서도 언급하셨지만 이번에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 다시 한번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응에서 신뢰도를 조사한 내용인데요, 언론이 63.7%로 의료기관(93.2%), 지방자치단체(77.2%), 정부(74.4%)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였습니다. 검증되지 않는 정보나 뉴스를 전달한다는 지적인데요... 위 보도준칙에 나오는 내용들을 위반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기자협회보에 이런 통계가 나왔는데요, ‘지난 1월20일부터 10주간 국내 18개 신문사가 쏟아낸 기사가 6만여 건에 이른다’. 이게 18개 신문사만 인거고... 여기다 방송, 그리고 인터넷 매체의 뉴스를 더한다면 엄청난 기사량이겠죠. 내용도 공포, 불안,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들, 가짜뉴스, 오보, 과장보도도 많았구요, 심지어 감염병이 정파적인 문제로도 이용되는 보도들.... 그래서 거짓 정보 유행병이라 불리는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용어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습니다.
6) 네, 인포데믹(infodemic)...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져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이번에 저희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이 신조어를 알게 됐을 만큼 신종감염병에 대한 근거없는 불안을 부추기기도 했죠.
그런데,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이런 언론단체들의 보도준칙 마련이 참 의미있는 행동이긴 한데, 문제는 이전에도 그렇고 계속 이런 원칙은 있어왔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거에요?
네, 결국은 원칙도 중요하지만, 취재윤리의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여러 가지 속보경쟁을 야기하는 미디어 환경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스스로 기본을 지켜나가려는 기자들의 윤리의식이 중요할 텐데요...
언론윤리 모델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모델이 ‘보크(Sisela Bok)모델’입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전제가 ‘윤리적 판단의 궁극적 목표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언론이 보도를 하면서 과연 이 보도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면, 공포나 불안,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는 쓰기 어렵겠지요...
보크는 윤리는 3단계를 걸쳐 실시돼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어떤 행위가 정당한가를 양심에 비추어 고민해야 하고, 윤리적 문제의 소지가 있는 행위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알기 위해 공개적인 토론,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보도를 하기에 앞서 이 3단계를 거쳐 생각한다면, 굳이 보도준칙까지 정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문제는 잘 지켜야죠.
7) 언론 윤리의 단계를 말씀해주셨는데... 저희가 2주전에 김정은 위중설에 대한 언론보도를 짚었잖아요. 당시에도 오보일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방송 이후 심지어 99%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멀쩡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뉴스를 쏟아낸 언론들이 오보에 대한 사과는 없었어요?
네, 제가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한 주 동안의 이슈 보도를 모니터하고 해석, 비판하는 내용을 수업 중에 하고 있는데요, 북한관련 보도와 관련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꼬집은 것이 바로 남 탓하는 언론, 책임 회피하는 언론의 모습이었습니다. 부끄럽지요.. 학생들도 아는 내용을 말입니다. 그래서 언론을 모니터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대중들의 관심이 중요한 겁니다.
8) 김정은 위중설도 또 하나의 인포데믹이 되고 말았는데요. 코로나19 같은 재난상황에서는 이런 무책임한 보도가 일으키는 파급력과 피해가 더 크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희가 계속해서 채찍질을 가하는 거구요.
네, 지난해 고성 산불 보도에서도 여러 가지 비판이 많았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청각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았었다는 건데요.. 이번 산불 특보과정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죠.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들이 수어 통역을 내보낸 거죠. 조금 전에도 말씀드린 대로 언론의 윤리적인 문제, 잘못된 관행, 지켜지지 않는 보도 준칙... 이런 것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함께 고쳐나가려는 모습이 필요할 겁니다.
제가 이번 건과 관련해서 일선에서 일하는 10년차 기자에게 '보도준칙'이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대답이 있긴 있는데, 10년 전에 봤다고 합니다. 아마도 입사 당시에 잠깐 교육을 받고는 그게 전부였던 거에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9) 오늘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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