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있저] '백신' 맞은 태권도 선수 다리 절단?...'당뇨 합병증'은 쏙 빼고?

2021.05.10 오후 07:43
주말 사이 온라인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기사 가운데 하나죠.

"태권도 세계 챔피언, 백신 맞고 다리 절단"

제목만 봐서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인가 싶은데요.

실제로는 영국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주로 선정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데일리 스타는 태권도 선수 출신인 58살 데이브 미어스 씨가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이후 고열에 시달리다 알 수 없는 세균 감염으로 다리가 부풀어 올랐고, 결국 다리를 절단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이 기사를 받아쓰면서 경쟁적으로 이렇게 '백신 맞고 다리 절단', '피 터졌다'. '붓더니 다리 폭발' 같은 조금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는데요.

정작 데일리 스타조차 현지 의료진이 백신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일부 국내 언론들은 미어스 씨의 주장만을 소개하며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단했다'는 식으로 백신과의 연관성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심지어 왼쪽 다리를 두고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고 쓴 기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영국의 다른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찾아봤는데요.

BBC나 가디언 같은 유명 언론들에서는 관련 기사를 확인할 수 없었고요.

다만 '스탬퍼드 머큐리'라는 지역 신문에서 미어스 씨가 몇 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 세 개를 절단했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가 맞다면 이미 심각한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는 건데, 이 사실을 전한 국내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스탬퍼드 머큐리는 미어스 씨의 사연을 전하면서, 제자들이 모금 운동에 나섰다고 소개했는데요.

일부 누리꾼들은 미어스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고 후원을 독려한 해외 언론의 기사가 우리나라에서는 백신 부작용 기사로 둔갑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이 만든 '감염병 보도 준칙'입니다.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기보다 예방과 치료에 힘을 보태자고 결의했습니다.

뉴스가 있는 저녁 안귀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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