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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구업체 배송기사들의 양심고백..."하자 제품 재포장해 판매"

취재N팩트 2021.06.08 오후 01:04
■ 진행 : 박광렬 앵커
■ 출연 : 박희재 /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 가구업체 배송기사들의 양심 고백이 나왔습니다. 하자가 있어 반품한 제품을 수리해서 별다른 고지 없이 즉 아무 문제가 없었던 제품인 것처럼 다시 포장해 배송해 왔다는 내용이었는데요.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제품을 아직도 모르고 쓰고 있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이 내용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회부 박희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먼저 사건 개요부터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하자가 있어서 다른 고객이 반품한 제품을 별다른 고지 없이, 새 제품, 문제가 없는 제품인 것처럼 얘기하지 않고 다시 판매했다, 이런 내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리퍼브 제품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품에 하자가 있어서 반품한 제품을 새로 수리해 판매하는 걸 보통 리퍼브 제품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가구 제품이나 제가 들고 있는 이런 스마트폰도 리퍼브 제품으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에 제가 보니까 안마의자 같은 경우도 리퍼브 제품은 정상제품보다 100만 원 이상 싸고 그렇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많이들 판매를 하고 있죠, 가구 업체에서.

[기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상가보다 이렇게 싸게 가격이 형성돼 있는데 확실하게 판매페이지에 리퍼브 제품이라는 걸 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국내에 있는 한 가구업체에서 리퍼 제품을 새 상품인 것처럼 포장해 판매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포털쇼핑몰에 이 업체가 내놓은 제품 가격대를 보면 대체로 30~70만 원대 소파 상품이 상당수인데요. 이렇게 연령대를 불문하고 인기가 높은데 이곳에서 9개월 가까이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배송기사를 비롯해 6명이 자신의 경험을 저희 YTN에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같은 수리 대상, 주로 어떤 제품들이었습니까?

[기자]
일단 배송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파손된 제품이 주를 이뤘습니다. 소파가 제일 많았는데 가죽이 찢어지거나 그리고 테이블 같은 경우에는 다리에 흠집이 나거나 흔들거리는 것 그리고 또 저가형 소파의 경우 보통 소파를 앉을 때 시트 부분이 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외관상으로 문제가 없지만 내구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제품이 대상이 됐고요.

또 이렇게 수거한 제품을 창고에 쌓아놓다 보면 각종 먼지에 얼룩 그리고 심지어는 곰팡이가 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제품들 가운데 정말 심각한 경우는 제외하고 수리했을 때 새 상품처럼 보일 수 있는 제품들이 수리대상이 됐다고 기사들은 증언했습니다.

[앵커]
가죽이 찢어진 걸 수리해서 다시 보낸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진짜 한두 푼도 아니고 모르고 받았다면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수리하고 재포장하는 건 자격이 있는 분들이 한 겁니까?

[기자]
배송기사들 증언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얘기했습니다. 실제로 기사들이 처음 업무를 하게 되면 수리교육부터 시킨다고 하는데요. 체계가 있는 게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제가 만나본 배송기사 중에는 일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기사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수리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리한 제품을 재포장한 뒤 창고에 새 상품과 섞어놓는데 기사들은 배송 나갈 때 어떤 상품을 배송하는지 모르고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한 배송기사가 찢어진 가죽을 임시로 붙여놓은 소파를 배송했다가 고객의 거센 항의를 받아 이렇게 환불요구를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회사 측은 오히려 배송기사가 배송 과정에서 실수한 거라고 기사에게 환불 비용을 청구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내용도 제보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업체 측은 지금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업체 측을 직접 찾아가 입장을 물었는데 이 같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배송기사들이 악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다만 고객이 포장을 뜯은 뒤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제품을 재포장해 판매한 경우는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배송기사 측 주장대로 하자가 있어 수리한 뒤 새 제품으로 판매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니까 좀 더 봐야 될 것 같고. 그런데 제품 상당수가 국내 1위 가구업체의 상표를 걸고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제가 됐던 제품들은 누가 들어도 다 알 만한 1위 가구 업체 H사 상표를 걸고 있었습니다. 유명 포털 쇼핑몰을 보면 패브릭 소파 부문에서 인기 상품 1위로 이렇게 순위가 매겨져 있기도 했는데요. 일부 판매 페이지에는 상표뿐만 아니라 제조사도 H사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H사 측 입장을 직접 들어보니 본인들은 상표만 제공했고 제조나 유통은 모두 문제가 됐던 A 가구업체가 담당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H사 입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마케팅 지원만을 했다고 대답했는데요. 또 자체 조사 결과 하자제품을 재포장해 판매한 사례는 자체 조사 결과 없다고도 얘기했습니다. 또 일부 페이지에 제조사가 H사로 기재가 돼 있는 건 단순 실수라고 즉시 시정조치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1위 업체라면 고객들이 더 믿었을 것 같아요. 박 기자 취재하면서 소비자 단체나 아니면 고객들 입장도 들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목소리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일단 소비자단체의 얘기를 들어봤는데 고객 상당수가 구매 결정을 하는 데 H사라는 브랜드가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제조와 유통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또 취재과정에서 반품 의혹이 있는 소파를 새 상품으로 알고 구매한 고객도 만나봤습니다. 이 고객은 5년 가까이 H사 브랜드 하나만 보고 구매해 왔는데 이렇게 의혹이 불거진 만큼 철저히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배송기사들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해당 회사 제품을 구매하는 많은 고객들이 이렇게 반품 제품을 쓰면서도 모른 체 쓰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는데요. 한 배송기사 말이 충격적이었는데 고객 자택에 소파를 배치해 준 뒤 곰팡이 냄새가 나 소파 아랫부분을 들춰보니 곰팡이가 길게 피어 있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고객 모르게 덮어놓고 나와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도 저희 취재진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앵커]
조금 전에 저희가 배송직원과 업체 측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관련해서 경찰조사도 시작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배송기사들이 이 업체 관계자들에 대해서 사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일단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인데 고발인 조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배송기사들은 출석해 그동안 본인들이 한 경험 등을 진술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와 별개로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댓글에서 왜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느냐. 기사를 냈으면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이런 반응들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업체 측에서 해당 내용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배송 기사들의 증언도 하나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이 내용이 확실히 사실로 드러날 때까지는 일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경찰수사 내용까지 후속 보도 잘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박희재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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