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호준석 앵커, 김선영 앵커
■ 출연 : 박성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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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년 전이었습니다. 대전의 한 은행에서 벌어졌던 강도 살인 사건 용의자 2명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앵커]
경찰은 용의자들이 남긴 DNA를 통해 사건 발생 7,553일 만에 결국 이들을 붙잡았는데요.
경찰 출신 박성배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박성배]
안녕하세요.
[앵커]
정말 우리 경찰관들 존경스럽기도 하고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떻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거죠, 이게?
[박성배]
그렇습니다. 결코 쉽지가 않은 지난한 작업입니다. 피의자들이 2001년 10월경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탈취한 뒤에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을 치고는 그로부터 권총과 실탄을 훔쳐갑니다. 그 차량을 유기한 뒤 두 달 뒤에 또다시 다른 차량을 탈취한 뒤에 대전 서구 둔산동의 국민은행 지하 1층 주차장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현금수송 차량을 탈취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당시 은행 직원들이 저항했지만 피의자들은 현장에 있던 55살 출납과장에게 실탄을 발사합니다. 그리고 3억 원 현금을 탈취해 가고 맙니다. 이 이후에는 자신들이 타고 있던 차량을 다시 유기하면서 자동점화장치를 이용해 차량 자체에 방화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21년이 걸렸지만 결국은 붙잡았습니다. 역시 완전범죄는 없는 것 같은데요.
이승만, 이정학. 이름도 공개됐고 얼굴도 저희가 보여드렸고요. 신상공개 이렇게 고민을 했을 텐데 어떤 게 기준이 된 건가요?
[박성배]
특정강력범죄처벌에 따르면 범행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발생이 분명하게 인정될 뿐만 아니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존재해야 하고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신상공개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정학이 먼저 체포되고 이승만은 나중에 체포되었습니다마는 이정학은 체포 직후부터 범죄 사실을 인정한 반면 이승만은 아직도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상정보공개위원회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존재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신상공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강도, 살인 범행 자체뿐만 아니라 범행 일련의 절차에 비춰 보면 그 범행의 중대성이 상당히 유력하므로 다른 신상공개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신상공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사진이 그래서 이렇게 공개가 됐고요. 21년 만에 잡았는데 DNA를 통해서. 그걸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박성배]
중요 미제사건 전담 경찰관들이 과거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이 사건과 같이 2001년에 발생한 살인범죄의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15년입니다. 물론 2007년부터 그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습니다마는 그 중간, 2015년에 사람을 살해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이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을 살해한 범죄는 아무리 오래전에 발생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DNA 기법이 상당히 많이 발전됨으로써 중요사건 해결에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현금을 탈취한 이후 차량에 방화를 저질렀지만 차량 내부, 온전한 소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마스크와 손수건이 남아있었습니다. 이 마스크와 손수건을 최근 경찰이 국과수에 분석 의뢰를 했는데 DNA 검출에 성공했고 특히 지난 2015년 충북의 한 불법게임장에 유기되었던 담배 꽁초에서 나온 DNA과 그 DNA가 일치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따라서 경찰이 지난 5년간 이 불법게임장에 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1만 5000명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했고 이 인물에 대한 행적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는 과정에서 올해 3월 이정학을 유전자가 일치하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됩니다.
[앵커]
1만 5000명 DNA를 다 검사한 건가요?
[박성배]
다 검사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DNA가 일치하는 사람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 즉 DNA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용의자를 추려나가야 하는데 1만 5000명 중에서 이 게임장에 출입하고 그 행적이 의심스러운 사람을 추려나가다가 이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마침내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정보를 알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정학에 대해서는 지난 3월에 체포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정학을 체포한 직후 관련 공범에 대한 진술을 듣고 드디어 이승만에 대해서도 체포를 하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마스크, 손수건, 담배꽁초. 거기서 나온 DNA들이 일치를 한 거고 그게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단서가 된 건데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생각할 때 아니, 그렇게 오래된 물품에서 DNA를 아아낼 수 있나 궁금해하실 것 같거든요.
[박성배]
과거에는 이처럼 오래된 물품에서 DNA를 분석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갈수록 DNA 분석 기법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아무리 오래되어도 DNA 채취 자체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DNA 유전자 정보가 일부 누락될 수는 있을지언정 다른 사람과 오인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합니다. 특히 많은 시료도 필요하지 않고 극소량만 있으면 되는데 DNA 유전자 정보 중에서 마커라고 고유 특성을 지칭하는 단위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마커가 서너 개 정도로만 분류됐다면 현재는 20개 정도로까지 분류 가능성이 높아져서 그만큼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박 변호사님 경찰 출신이지 않습니까? 이 경찰관들이 21년 전에 일어난 미제 사건인데 이거를 못 푼다고 해서, 해결 못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1만 5000명도 정말 까마득한 일인데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정신이 있기에 이렇게 했을까. 어떤 것입니까?
[박성배]
일단 강도 살인 범죄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정도로 중대한 사건의 경우에는 좀처럼 손을 놓지를 못합니다. 일부라도 단서가 발견되면 다시 수사를 재개하기를 반복하기 마련인데 DNA 수사기법이 발달하면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즉 범위를 상당히 좁히기만 할 수 있다면 그 좁아진 범위 내부에서 그 사람의 행적을 조사하다 보면 범죄사실은 드러난다는 일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검거를 하기에 이르렀고 특히 이 피의자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생활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범행을 시도했는데 날치기 정도만 상정해두고 있다가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량도 탈취하고 권총도 탈취하게 되면서 점점점 대담해져 갔던 것이죠. 드디어 은행 강도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러면 범행에 대한 전반적인 구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텐데 사실상 이 권총을 누가 쐈는가, 이것도 상당히 중요한 대목 아니겠습니까?
[박성배]
사실 먼저 체포된 이정학은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서 탈취한 3억 원 중에 9000만 원만 자신이 취득하고 2억 1000만 원은 이승만이 취득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 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범행 이후에는 서로 연락을 끊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범행 당시에 이정학 본인은 차량 운전만 하였고 권총 발사는 실제로 이승만이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승만으로부터 범행에 사용한 권총은 바다에 버렸다는 진술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승만이 범행사실 일체에 대해서 자백을 하지 않고 있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사실관계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속 단계에서의 수사를 거쳐서 그 전모가 더 밝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다른 공범이 있는지 사실관계는 더 뚜렷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끝까지 부인한다면,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권총도 없고 그것을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가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박성배]
유죄 입증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공범이 그 사실을 겪지 않으면 진술하지 못할 만큼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2001년에 발생했을 때 그 당시에도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피의자 2명에 대한 몽타주를 배포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 배포되었던 몽타주와 실제 검거된 두 사람의 모습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합니다.
그 당시 몽타주는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찔렀던 가게의 사장 그리고 차량을 버리고 간 장소의 목격자 두 사람의 진술을 통해서 몽타주 프로그램에 의해서 작성하게 되었는데 이 몽타주 프로그램에 나타난 모습과 실제로 검거된 두 사람의 모습이 상당히 일치해 이 부분도 상당히 유력한 간접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본인의 범행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상당히 충실한 반박을 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어쨌든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찰의 집념이 이루어낸 쾌거 같은데요. 앞으로 장기미제 사건들이 이렇게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경찰 출신 변호사죠. 박성배 변호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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