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위안부 피해자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이 배상금 강제 집행을 위한 재산 확인 절차를 끝내 거부했습니다.
서류상 일본어 번역이 미비하다며 트집을 잡아 우리 법원이 보낸 명령문을 반송했습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월 법원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이 각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김강원 / 위안부 피해자 소송대리인 (지난해 1월) : 정말 감개가 무량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그간 당했던 거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일본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배상금을 강제로 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우선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 재산을 확인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지난해 6월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일본이 재산 상태를 명시한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1년 3개월 만인 지난 15일 법원의 재산명시명령이 취소됐습니다.
일본에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법원이 서류를 보내지 않은 게 아닙니다.
일본 법무성은 두 차례나 결정문과 출석요구서, 서류 양식 등을 받았지만, 문서 일부가 일본어로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거나 일본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대며 번번이 돌려보냈습니다.
번역 트집을 잡은 건 피해자 한 명의 주소였습니다.
물론, 문서가 전해지지 않으면 관보 등에 내용을 게재하는 '공시송달'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재산명시사건은 법적으로 공시송달이 불가합니다.
결국, 재판부가 일본에 문서를 정식으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면서 피해자들의 재산명시신청을 각하하게 된 겁니다.
이제 피해자들은 우리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등에 일본 명의의 재산을 조회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압류나 매각 같은 강제집행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가 미쓰비시 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해 강제집행에 나선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번 사건은 일본 기업이 아닌 국가를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이라 우리나라에 일본 국가 소유의 재산을 찾는 것부터가 난항이 예상된다는 전망입니다.
또 일본 정부가 국가면제 원칙을 내세우며 우리 법원에는 재판권이 없어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도 골칫거리입니다.
피해자 측은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재판부가 책임을 회피한 결과라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게 즉시항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다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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