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친구 분이 사망하신 건가요?" 이태원 참사 특보, 세월호 보도참사와 무엇이 달랐나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지난 주말 밤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 오늘로 꼭 일주일째를 맞습니다. 3백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뉴스를 보고도 믿기지 않아 하신, 아니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던 국민들 많으실텐데요. 언론도 지난 한주 내내 속보와 특보로 보도를 쏟아냈죠. 이태원 참사 관련한 언론보도들 살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언경 소장님, 이번 참사... 세월호 이후 최대 희생자를 낸 사건이 됐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 김언경>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우리가 가장 많이 듣고 한 말은 ‘더 이상 세월호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416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 구호는 안전불감증과 무능한 정부 등의 문제뿐 아니라, 언론에도 적용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세월호 보도 참사라 부를 만큼, 언론은 정확하지 않은 보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보도, 피해자와 유가족을 욕보이는 보도, 섣부른 보도를 쏟아냈지요. 당시 우리 사회는 마치 재난보도준칙이 없어서 그런 보도참사가 일어난 양 우려를 표했고, 결국 그해 9월에 재난보도준칙은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우리 언론의 재난 보도는 나아졌을까요? 그럼 이번엔 얼마나 성숙한 보도를 했을까요? 저는 오늘 10월 29일 밤 10시 이후부터 11월 1일 정도까지의 보도의 문제점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참사 관련 보도의 문제점도 사건이 전개되고 진상이 규명됨에 따라 점점 바뀝니다. 그래서 오늘은 초기 보도의 문제점 위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김양원> 참사가 발생한 시각이 10월 29일 토요일 밤 10시 15분경입니다. 11시 전후로 주요 언론사들이 ‘이태원 압사사고 발생’이라는 속보를 띄운 뒤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뉴스속보를 시작했죠. 기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까지 주로 제보를 받은 것이죠, 휴대폰 영상과 제보자 전화연결을 통해서 현장 상황을 전했어요.
◆ 김언경> 네, 속보 초기 보도의 문제점은 피해자 ‘인권침해’와 ‘선정성’입니다. 개인이 사고 현장에서 찍은 영상이나 사진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요. 이런 영상은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을 생각하면 애초 찍지도 말고, 그대로 노출해서도 안될 장면이고요. 이걸 보는 우리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영상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새벽부터 24시간 특보체제로 전환한 방송사들, 지상파 3사와 종편 뉴스채널보도에서도 현장에서 제보한 시민의 영상을 보여주거나,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심폐소생술 하는 모습이 비춰졌다는 것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방송사 영상이 중단되어서 하나하나 확인하기는 어려운데요.
예를 들면 YTN 10월 30일 이 뉴스를 본 이후 너무 고통스럽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런 영상들이 시청자들에게 주었을 충격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신데요. 사건 현장에서 정제되지 못한 정보들이 그대로 전파를 타기도 했죠?
◆ 김언경> 당일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과의 전화 연결 등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요. 그 와중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전달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MBC 뉴스특보 도중 시민 전화 연결에서 “약물이라든가 생화학적인 뭔가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거든요. 이건 자칫 희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잖아요. 그러자 앵커가 “정말 조심스러운 추정이긴 합니다만, 목격자님께서 보시기엔 단순한 압사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엉키면서 밟히면서 일어난 사고는 아니라고 말했다”며 다시 한번 정리를 했어요. 어떻게든 수습을 하려고는 했지만, 너무 당황스러운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이죠.
YTN은 29일 밤 속보에서 기자가 “목격자들은 유명인이 방문하면서 해당 주점을 찾아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해당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는 고 했고요. 새벽 2시 현장 제보자 인터뷰에서도 “저희가 처음에 전달해 드리기로는 한 주점에 유명인이 와서 그 바람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서 사고가 났다고 들었는데 그 현장 상황도 알고 계십니까”라고 묻기까지 말했고, 새벽 3시 50분 기사에서는 “어젯밤 10시 22분쯤 서울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뒷골목 주점에 나타난 유명인을 보기 위해 내리막길에 많은 인파가 갑자기 몰려들면서 누군가 넘어져 수십 명이 깔렸고 120명이 숨지고 100명이 다쳤다”고 확인한 사실처럼 보도했습니다. 이후 한국경제와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이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곧바로 ‘유명인’이 누구인지 찾았고, 지목된 유명인들은 반박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참사의 본질인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너무 즉흥적으로, 단편적으로 ‘무엇 때문이다. 누구 때문이다’ 이런 식의 내용을 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보도행태라는 생각입니다. 한국일보도 10월 30일 에서 누군가 고의로 밀어 참사가 발생헀다는 온라인상 주장을 보도헀고요. 31일 조선일보는 에서 “이태원에서 발생한 헬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 일대의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원인 규명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11월 2일 6시경 보도한 경향신문의 소개해주신 사례들, ‘약물 투약’, ‘유명인’, ‘토끼머리띠 남성’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시청자께서도 온라인이나 언론 기사를 통해서 접하셨을텐데요. 긴박한 현장상황을 미처 거를 새도 없이 그대로 속보화되면서 빚어진 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재난보도준칙이나 가이드라인에 적합한 보도였습니까?
◆ 김언경> 아니죠! 세월호 참사 이후, 2016년 9월에 개정한 재난보도준칙을 보면요. 에서 국민에게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에서는 모든 정보는 출처를 공개하고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에서 사건 사고의 전체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경황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다양한 상황과 추측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더블체킹 없이 그대로 방송하게 되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특히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도, 이게 단지 단 한가지 이유로 특정짓기 어렵다는 사실을 당일 저녁에 알 수 있습니다. 누가 민다고? 유명인이 왔다고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섣부르게 한 사람의 책임만으로 전가할만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죠. 그렇지 않을 경우 누군가가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참사의 본질이 왜곡되고, 혼선을 줄 수 있습니다.
◇ 김양원> 이런 지적이 이번에는 그래도 보도 초기 나오면서 주요 방송사들이 관련 현장 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대응했어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지상파 3사와 YTN 등은 연이어 메인뉴스를 통해 “이태원 참사 현장을 담은 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취재·영상 제작 과정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 과도한 취재와 자극적인 보도를 방지하려는 노력도 나왔다고 합니다. KBS도 3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보도할 때 원칙적으로 사고 당시 현장 영상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이번 참사에서는 언론단체와 언론사가 먼저 보도 준칙을 발표하거나 기존 가이드라인들을 배포하며 실천하기를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이렇게 언론 4단체는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째인 11월 1일 ‘선정적 보도와 혐오 표현을 거부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언론노조는 11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참사 당시 현장과 피해자 관련 영상의 반복된 사용을 방지할 대책, 인터넷에 공유되고 있는 미확인 주장에 대한 언론보도 인용 대책, 참사 원인과 책임 관련 보도에서 무리한 추정과 가정이 포함되지 않도록 할 대책을 마련하자고 했고요. 포털 뉴스에 대한 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모니터 강화를 요구하자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 취재 기자의 심리적 충격과 피해 대책을 요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나마 세월호 참사에 비해서 빠르게 언론현업단체들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선언을 아무리 하더라도 이미 보도가 나갔고, 늦은 거죠. 보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 김양원> 이번 참사보도 뿐 아니라 관련 기사에 달리는 포털 댓글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 김언경> 이태원 참사를 향한 도 넘은 댓글들인데요. 해럴드경제의 10월 31일 보도 를 보면요. “참사 다음날 뉴스 댓글 수는 3배 이상 폭증했다. 작성자 약 40%가 40·50대 남성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댓글도 많지만 특정 세대를 비난하는 듯한 2차 가해성 댓글도 상당수였다”고 합니다. “해외 문화인 핼러윈파티를 즐기는 젊은 세대가 문제라는 댓글부터 20·30대로 대표되는 MZ세대 전체를 비난하는 댓글 등 특정 세대를 혐오하는 댓글이 다수 보였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포털도 무분별한 댓글과 혐오 표현으로 인한 2차 가해 방지에 나섰면서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댓글로 상처받지 않도록 악플이나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되는 글들은 삼가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방송사들이 이번참에 참사에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이 악성댓글이나 혐오표현으로 인해 어떤 2차피해를 입는지, 재난피해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좀 집중적으로 다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무분별하게 쓴 말들이 누군가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만큼 고통을 준다는 것을 느끼도록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 김양원> 거길 왜 갔느냐, 이런 힐난성 발언과 댓글로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많은 상처를 입는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보기도 했는데요.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방방지 대책, 그리고 치유를 위한 대책도 언론이 함께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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