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확산하는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전국에 2천 명에 육박하고, 피해액만 3천억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세 사기 규모도 크지만 피해 유형도 다양한데요.
어제 YTN에서 단독 취재한 서울 은평구 전세 사기 의혹의 경우, 상업용 빌라만 주로 노린 임대업자가 최근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권준수 기자!
[기자]
네, 사회 1부입니다.
[앵커]
먼저, 서울 은평구에서 전세 사기 의심 사건부터 정리해 주시죠.
임대인이 경찰에 입건됐군요?
[기자]
서울 서부경찰서는 은평구에서 100채 가까이 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임대인 이 모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은평구 일대에서 빌라를 '무자본 갭투자' 형태로 사들인 뒤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상업용 빌라인 '근린생활시설'을 사서 주거용으로 세를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YTN 취재진이 직접 만난 피해자는 30대 신혼부부인데, 이런 근린생활시설 빌라에 살면서 보증금 2억5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과 경기도 구리 등에 이어 이번에 서울 은평 지역에서 또 전세 사기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은평구 빌라가 역전세 위험이 크기 때문인데요,
올해 1분기 서울에서 빌라 전셋값 하락 비중이 가장 큰 곳이 은평구였습니다.
빌라 전세거래 3건 중 2건이 이전 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그만큼 높은 겁니다.
다음 세입자가 더 낮은 가격에 들어오니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만큼의 돈을 구하기 어려운데, 설상가상으로 집값도 하락했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우병탁 /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 우선 아파트보다는 다세대, 다가구 밀집 지역에서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곳일수록 전세사기 피해 위험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세가가 매매시세와 크게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앵커]
이번 은평구 임대업자 이 씨의 경우 근린생활시설을 중심으로 매입했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건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기자]
빌라는 일반적으로 주거용과 상업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기 혐의로 입건된 임대인은 상업용, 즉 근린생활시설을 주로 매입했습니다.
주거용이 아니다 보니 임차인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도, 보증보험도 가입할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보증금으로 냈는데 임대인이 돌려주지 않으면, 임차인으로선 더 절박해지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A 씨 : 저희가 결혼하면서 신혼집으로 마련한 집이기 때문에 전 재산이죠 저희한테는 이 집은.]
그렇다면 임대인은 왜 근린생활시설을 노렸을까,
상업용 빌라는 보유세 등을 안 내도 된다는 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여러 명도 직접 만나봤는데요.
사기 혐의를 받는 임대업자에 대해 중개사 모두 "근생, 즉 근린생활시설을 사들여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직접 이 임대업자와 통화를 해보니 체납된 세금이 수억 원일 뿐만 아니라, 은행에 미납 이자도 있다고 인정했는데요,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해 채권 순위가 가장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인만 / 부동산경제연구소장 : 당연히 주택이겠지'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이게 근린생활시설이면 사실 대출도 다르고요. 경매 넘어갔을 때 낙찰 금액도 달라지게 되고 가장 문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안 된다. 결국 굉장히 위험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고.]
[앵커]
전세 사기 피해가 지금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파악된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어제 경찰청은 "전세 사기를 신고한 피해자는 천878명, 확인된 피해액은 3천167억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평균적으로 한 명당 1억7천만 원 정도씩 피해를 본 건데요.
경기 화성 동탄 전세 사기로는 109명, 구리에선 42명이 피해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피해 규모가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 사기 특별 단속을 진행해 현재까지 모두 2천250여 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는데요,
수도권 위주로 살펴보면, 서울 432명, 인천에서 287명, 경기 남부지역에서 544명이 붙잡혔습니다.
[앵커]
이렇게 전세 사기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는 가운데 정부도 최근 대책을 내놓았는데, 피해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을 적용받으려면 6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이어야 하고, 주택에 대해 경매나 공매가 진행돼야 합니다.
또, 단순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게 아니라, 전세 사기와 연관성이 있다는 부분을 입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것 같거나, 보증금의 상당액을 못 받을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너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마지막 두 기준은 제외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하는 요건이 6개에서 4개로 줄어들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서울 은평구 전세 사기의 경우 대부분 근린생활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주거용으로 확실히 용도 변경 신고를 하고 임차인도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상업용 근린생활시설을 그대로 계약했다면 문제가 커집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엄정숙 / 변호사 : 전입신고가 안 되는 근린생활시설인 경우에는 대항력 자체가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 효력을 주장할 수가 없는 거죠. 채권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닌데.]
또, 공인중개사 등이 세입자에게 정보를 정확히 알리지 못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찰도 임대인들과 중개사 등이 공범으로 함께 전세 사기를 벌였을 가능성도 함께 조사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사회1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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