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딸 생명, 어딘가에서 피어나"...위로 전하는 장기기증

2023.05.13 오전 06:18
[앵커]
장기기증자 가족들과 이식을 받은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낸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장기 기증 덕분에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김다현 기자가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2015년, 21살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희망은 보이지 않았고, '이제 누나가 힘들지 않게 보내주자'는 아들의 말에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장기 기증을 결정한 건, 딸의 생명이 어딘가에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신경숙 / 강원도 춘천시 : 기증 자체에 대해서도 잘 몰랐지만 설명을 듣고 나서 딸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이 가장 컸고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갔으면 좋겠다….]

슬픔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지만, 딸이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로 기억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됩니다.

[신경숙 / 강원도 춘천시 : 기증은 참 숭고한 일이고 살아있는 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아닌가…. 남아 있는 가족들이 떠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를 이식받아 접었던 꿈을 펼치기도 합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소아 당뇨를 진단받아 매일 채혈을 하다 보니, 손가락은 성할 날이 없었고, 피아니스트의 꿈도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이승진 / 피아니스트 : 손가락을 계속 채혈하는 일들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손가락으로 계속 건반을 눌러야 하는데 감각도 계속 떨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지난 2014년 췌장을 이식받은 덕분에 다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새 삶을 나눈 장기기증인 가족들과 이식인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장기를 기증한 사람과 이식받은 사람은 서로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장기가 거래될 가능성 등을 염려해 현행법에서 양측의 교류를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열리는 사진전을 통해 얼굴을 모르는 또 다른 '가족'을 만나 위로를 받고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난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2015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반면, 뇌사 기증자의 장기 이식 건수는 같은 기간 2천여 명에서 천6백여 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장기 기증은 누군가에겐 잃어버린 꿈을, 누군가에겐 위로를 선물하는 일이라고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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