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합법? 불법? 구분조차 어려운 의료법이 갈등 부추겨

2023.05.28 오전 05:32
[앵커]
간호협회가 '준법 투쟁' 며칠 만에 만 건이 넘는 불법 행위를 찾아냈다고 밝혔는데,

오히려 복지부가 문제 삼기 어렵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들을 합법인지 불법인지 가리기 힘들 만큼 부실한 의료법이 보건의료계의 직역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입니다.

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는 간호사들의 준법 투쟁이 일주일을 넘었습니다.

진료 현장에 큰 차질은 없지만 법을 지키는 것으로 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료 현장의 모순된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27년 차 간호사 / 종합병원 근무 : (법을 지키려면) 돌이키지 못할 환자에게 피해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를 악물고 꽉 참으면서 의사가 할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그렇게 독하게 간호사가 버틸 수 없기 때문에 불법 의료를 제 손으로, 제가 나서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간호협회는 불법 의료행위 목록을 배포하고 신고를 받았는데 닷새 만에 만2천 건이 넘는 불법 사례들을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대법원 판례까지 언급하면서 그것을 다 불법으로 볼 수 없고 각각 경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주 행위자가 불법 행위를 실토하는데, 감독기관은 괜찮다며 감싸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간호협회는 정부의 시범사업 결과를 근거로 불법행위를 뽑은 거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탁영란 /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 : (간호사가 수행하면 안 되는 업무 목록은) "보건복지부가 수행하고 보건의료발전협의회를 통해 충분히 숙의된 2021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관련 1차 연구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같은 행위를 놓고 불법 여부를 다르게 보는 건 관련법이 부실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의료법과 시행령에서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업무를 규정한 조항은 다 해서 열 줄 정도입니다.

의료기사법이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 등의 업무 범위를 별표로 자세히 규정한 것과 비교해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건의료노조도 허술한 의료법과 무능한 복지부가 갈등을 불러왔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나순자 /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갈등의 핵심은 의료법 2조, 의료인의 역할 등 의료인의 업무 범위를 규율하는 조항이 너무 허술한 채,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탓입니다.]

따라서 간호법 논란을 계기로 불거지고 있는 직역 간의 갈등을 풀기 위해선 업무 범위에 대한 정확한 구분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YTN 기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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