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 여당이 시민·사회단체의 보조금 유용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요.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만 콕 집어 이름까지 공개하는 등,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강민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른 아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서울 지하철 국회의사당역에 모였습니다.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자신들은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반박했습니다.
[박경석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전장연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이렇게 지속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정부 보조금은 0이라고 계속 알리고 있습니다.]
전장연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사업'으로 3년 동안 71억 원을 받아가 불법 시위에 썼다는 여당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습니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중증 장애인이 장애인 권리 홍보 캠페인을 한 뒤 임금을 받는 구조로 설계됐고, 활동가들은 사업 취지에 맞는 '노동'을 한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경석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국민의힘은) 전장연을 낙인찍기 위해서 자료를 편집하고 조작까지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국고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명단을 공개하진 않은 상태입니다.
전장연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안산청년회 등 일부 단체 이름만 알려졌는데
현 정권에 특히 비판적이었던 곳들만 골라 갈라치기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들의 주장입니다.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대다수 시민사회단체도 정부 기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가운데 '부정 사용'으로 적발된 건 전체의 0.5% 정도.
하지만 정부가 314억 원이라는 액수만 부각하며, 시민사회 전체가 부도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한다는 겁니다.
[이승훈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위원장 : 정부의 어떤 그런 의도에 맞서는, 혹은 반대되는 비판적인 의견을 갖는 단체들을 좀 위축시키고 그 활동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굉장히 강하게 숨어 있다….]
정부는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을 5천억 원 이상 깎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비리 단체'를 솎아내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정부가 비판적인 시민단체를 길들이려 한다는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 이근혁
그래픽: 홍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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