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도심에 있는 82년 역사의 서울백병원이 오늘 이사회를 열고 문을 닫을지 최종 결정합니다.
20년 동안 쌓인 천7백억 원이 넘는 적자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기정훈 기자!
서울백병원은 위치도 서울 도심에 있고, 규모도 꽤 있는 병원이잖습니까? 이런 큰 병원도 폐원을 고민할 만큼 어려운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백병원의 운영주체인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 2004년 이후 20년 동안 서울백병원의 누적 적자가 1천745억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심이 공동화되고 주변 인구가 줄어들면서 적자가 거듭돼왔다는 건데요.
인제학원 측은 병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할 만큼 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017년 276개였던 병상 수를 122개까지 줄이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레지던트, 전공의를 받지 않는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30억에서 50억 원씩 투자하며 노력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모색했지만, 이를 검토한 컨설팅업체도 중구에서의 의료사업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는데요.
오늘 폐원이 결정되면 개원 8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앵커]
서울 도심의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데요 폐원은 언제 어디서 결정되는 겁니까?
[기자]
예. 잠시 후인 오후 3시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합니다.
서울백병원의 '경영정상화 TF'가 이달 초 폐원하는 안을 제안했는데요.
이 안을 이사회가 의결하는 것입니다.
폐원이 결정되면 말씀하신대로 서울 도심, 특히 강북 지역의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서울 강북 지역의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는데요
지난 2008년 이대 동대문병원이, 2011년엔 중앙대 용산병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또 2019년엔 동대문구 제기동의 성바오로병원이, 2021년에는 중구 묵정동의 제일병원이 각각 폐원했습니다.
[앵커]
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 의료진과 직원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법인 측은 폐원할 경우 교직원들을 형제 병원, 즉 다른 지역의 백병원 등에서 고용을 승계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발은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경영난은 서울백병원을 키우지 않은 법인의 경영 전략 때문이지, 교직원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제적 이유만으로 폐원을 결정하고 환자와 교직원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회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대화하자"고 법인에 요구했습니다.
서울백병원 노조가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도 어제 폐원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노조는 재단 측이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폐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폐원을 대신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강기두 / 보건의료노조 일산백병원지부 :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서울 중구 지역 주민과 서울 시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사안이며, 구성원들에게는 수년 혹은 수십 년 일해온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게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혜련 / 보건의료노조 상계백병원지부 :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을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사회적 공익은 내팽개친 채, 건물을 매각하거나 수익용 건물로 변경해 개발 잇속을 챙기려는 속내 외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앵커]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이란 말이 귀에 들어오는데요. 만일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병원 건물은 상업용 건물로 쓰이는 건가요?
[기자]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인 측이 폐원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서울백병원 부지가 명동의 번화가 바로 앞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상업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죠.
특히 교육부가 지난해 6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한 영향도 있는데요.
사립대 법인이 교육에 활용하지 않는 토지나 건물 등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하는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백병원 부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입니다.
병원 부지의 부동산 가치는 어림잡아 2천억~3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서울 시민들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서울시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예. 서울시와 중구 등 관할 지자체도 서울백병원의 폐원 추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원할 경우 취약계층의 피해나 의료공백 발생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의료기관이라 서울시가 지원금을 주면서 유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중구는 공문을 보내 폐원을 만류했습니다.
중구는 지난 주 서울백병원 측에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진료기능 유지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병원 운영을 계속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공문에서 "서울백병원은 필수의료·공공의료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왔다"며 "서울백병원이 중구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사회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의료계 대부분의 시각입니다.
결국 서울 도심의 대형 병원이 경영난으로 폐원 수순을 밟는다는 사실은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등으로 불거진 필수의료 부족 사태와 함께 우리 보건의료계가 처한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사회정책부에서 YTN 기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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