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권준수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서울시가 남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공원에서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을 강제 철거했습니다. 조형물 제작을 기획한 임 작가의 성범죄 때문입니다. 시민단체는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지우는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회부 권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별다른 충돌 없이 철거가 완료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남산 '기억의 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공원인데요. '기억의 터' 조성에 참여했던 임옥상 씨의 조형물 철거 작업이 오늘 오전 9시쯤 마무리됐습니다. 서울시가 새벽 6시부터 굴착기 1대와 대형 트럭 3대를 동원해 철거를 마쳤는데요. 임 씨의 작품인 '대지의 눈' 그리고 '세상의 배꼽' 조형물 2점을 철거했는데 예정보다 하루 미뤄졌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정의기억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가 어제 철거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마찰이 빚어졌기 때문인데요.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은 오늘 철거 저지 등 충돌을 대비해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충돌을 원치 않는다면서 오늘은 현장을 찾지 않아 별다른 불상사 없이 철거는 마무리됐습니다.
[앵커]
서울시가 임옥상 작가 작품을 철거한 이유, 성추행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조형물 철거 얘기는 임 씨의 강제추행 혐의 1심 재판이 진행되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나왔는데요. 지난달 법원이 임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서울시가 철거에 나선 겁니다. 임 씨는 10년 전 함께 일하던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데요. 성추행을 반성한다던 임 씨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서 최근 항소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임옥상 작가가 어떤 사람이길래, 작품 철거 여부가 이렇게 관심을 끄는 겁니까?
[기자]
임옥상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은 1세대 민중 미술가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1980년대부터 회화·조각 등 다양한 사회 비판적 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여왔고요.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선도적으로 민중 운동을 이끌었던 예술가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지난 2008년에는 국회 건축조경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일부 작품을 국회에도 전시했고, 2014년엔 세월호 추모 시민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서울 청계천에 가면 전태일 열사 동상이 있지 않습니까? 이 역시도 임옥상 작가의 작품입니다.
[앵커]
시민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는데요. 위안부 피해 역사와 관련이 있죠?
[기자]
네, 시민단체 입장은 한마디로, 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공간에 있는 작품을 철거해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 한다는 겁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정의기억연대 관계자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한경희 /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 : 임옥상 씨가 이 작품을 만드는 데, 이 기억의 터를 조성하는 데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그걸 핑계 삼아서 이 모든 역사를 지우는 건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는 거다.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논의 와중에]
시민단체들은 임 작가의 범죄는 잘못됐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성폭력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작품 자체를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입니다. 작가와 작품을 따로 봐야 한다는 건데요. 조형물에는 위안부 할머니 그림과 글귀도 있고, 시민 성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일례로 '대지의 눈' 작품에는 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성폭력과 위안부 역사를 모두 기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서울시에 제안했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철거를 강행했다면서 서울시가 독선과 불통으로 답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기억의 터' 설립 추진위원회는 임 씨의 작품을 서울시가 철거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철거 집행정지를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지난주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되는 등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런 시민단체의 반대에 대해 서울시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자]
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위안부 피해자 추모 공간에 놓는 건 공간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직접 나서서 임옥상 작가의 작품을 철거하는 것에 반대한 시민단체들을 맹비난했습니다. 오 시장은 오늘 SNS에 "시민단체는 죽었습니다" 제목으로 글 하나를 올렸는데요. 정의연을 향해서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많은 시민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 우리 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댄다면서 시민운동이 '우리 편 들기 운동'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남산 '기억의 터'에 대한 서울시의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기자]
서울시는 이번에 남산 '기억의 터'에서 철거된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을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기억의 터'는 지난 2016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때 만들어졌습니다. 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록과 일본의 만행을 기록한 내용을 중심으로 조성했는데요. 인권과 평화 시민단체 활동이 종종 열리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현 오세훈 시장도 위안부 피해자를 기릴 수 있도록 이 터를 계속 가꿔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보면 철거된 작품은 임 씨가 기획하고 감독한 것 2개뿐이고, '통감관저터' 비석과 '거꾸로 세운 동상' 등 다른 조형물 3개는 남아 있기도 합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는 임 작가의 작품을 대체할 새로운 조형물이 설치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이 공간에 추모를 위한 다른 조형물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상암동 하늘공원에 설치된 임 작가의 작품을 이미 철거했습니다. '기억의 터' 조형물을 마지막으로, 서울시립 시설에 설치된 임 작가의 작품 6점은 현재 모두 철거됐습니다.
[앵커]
전태일 동상을 비롯한 서울시립 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임옥상 작가의 작품 철거 여부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임옥상 작가의 작품 철거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임 작가의 또 다른 임 씨의 작품인 서울 청계천 전태일 동상에 대해서도 존폐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동상을 관리하는 전태일 재단은 어제, 노동계와 문화계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열고 동상을 그대로 둘지, 새롭게 교체할지 논의했는데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계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권준수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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