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가 있는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심현욱)는 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유지하고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이른 아침 경남 양산시의 왕복 6차선 도로에서 80대 B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A씨는 정상 속도로 주행하고 있었으며, B씨는 보행 신호가 적색인 가운데 횡단보도를 건넜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 차량은 2차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1차로를 달리던 차량에 의해 시야가 차단돼 B씨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인근에 육교가 있는 상황에서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고 있으리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사는 B씨가 무단횡단을 할 당시 A씨 차량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A씨가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보행 신호가 적색인 상황에서 누군가 갑자기 횡단보도를 달려서 지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해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면 충분하다"며 "이례적인 사태까지 예견해서 대비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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