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정도였는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새 기준을 확립했습니다.
우리 법이 사회 인식 변화에 맞춰 옛 '정조' 관념에 명확한 선을 그은 건데요.
지난 40년간 판결 과정을, 송재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1953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 형법은 강제추행을 '정조에 관한 죄'로 묶었습니다.
보호할 법익으로 '부녀자'의 정조를 전제로 한 만큼, 처벌 사각지대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제추행죄가 첫 전환점을 맞은 건 그로부터 30년 뒤 나온 1980년대 대법원 판결입니다.
폭행이나 협박 뒤 이뤄진 추행뿐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추행인 경우도 포괄하면서 '기습 추행'까지 처벌 대상을 넓혔습니다.
그러나 추행 전 폭행이나 협박의 기준을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한 정도'로 구체화한 것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피해자는 조사실에서, 또 법정에서 '얼마나 저항했느냐'는 질문을 수시로 받았고, 필사적 저항이 입증되지 않으면 가해자는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1995년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이 '정조'가 아닌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명시된 뒤에도 비슷한 판결이 이어지면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최근 대법원이 40년 만에 강제추행죄 성립 요건에서 피해자의 '항거 불능' 기준을 없앤 이유입니다.
신체 폭행은 물론 공포심을 부를 만큼의 '협박'만으로도 강제추행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변화한 시대상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재판 실무를 고려해 기준을 재정의했다면서도,
피해자의 동의를 기준으로 삼는 '비동의 추행죄'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영상편집: 신수정
그래픽: 유영준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