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 초기 9.28 서울 수복 이후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부역 협의 및 부역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양 금정굴 사건'인데요
7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희생자 유해들이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이승창 기자가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황금굴로 떨어진 영혼들
사람들이 다니는 등산로 한 켠에 있는 금정굴 일제 강점기 금을 캐기 위해 파놓은 수직굴이다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 부역자들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권력에 의해 무고한 시민들이 학살 당한 장소다
[채봉화 / 부친 희생 : 치안대가 와서 총부리를 대면서 우리 아버지 채기동이 어디 갔느냐고 대라고]
[서영자 / 부친 희생 : 자꾸 아버지를 밤에 찾으러 와. 잘못한 게 없으니까 왜 오라는지 가봐야지 하고 가셔서 안 오신 거야. 못 오신 거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던 고양, 파주 지역주민들로 170여 명이 희생됐다
50년간 묻혀있던 진실은 1993년 유족들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1995년 유족들이 직접 발굴을 시작해 153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김성배 / 채봉화 남편 : 단추, 곰방대, 도장, 비녀 비녀가 많이 나왔다]
[노영석 / 부친 희생 : 하나라도 분실될까 봐 (금정굴에) 와서 잔 거야]
2007년 진화위는 고양경찰서장의 지휘 아래 경찰, 치안대, 태극단에 의한 153명 이상의 주민들이 금정굴에서 불법적으로 집단 총살당한 사건으로 진실 규명했다 이 중에는 북한 점령기 인민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도 일부 있으나, 상당수는 직접 관련이 없는 무고한 지역 주민이었다
[노영석 / 부친 희생 : 아버지는 농사를 지었어요 보도연맹에 가입해야 비료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채봉화 / 부친 희생 : 너 쌀 걷어와라 안 그러면 다 죽는다 어느 놈이 안 해 가족이 다 죽는다는데 안 하냐구요]
이후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는 이루어졌지만 권고 사항인 평화 공원 조성 및 위령 사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유해는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현재는 세종시에 안치되어 있다
[이현옥 /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사무국장 : 유해가 떠돌고 있다는 거 이 부분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 정부 차원에서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1년 2기 진화위가 출범하면서 (1기 미신청 유족들이) 사건 신청을 했는데 진실 규명이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광동 진화위 위원장의 한국전쟁 중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광동 / 진화화해위원회 위원장 : 전쟁 중 적대 세력에 가담해서 살인 방화 파괴 강간 이라고 하는 4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하게 돼 있었습니다 군법회의에 회부해서 적대 세력에 가담해서 적대 행위를 했다면 적법이라고 봐야한다.]
(적대 세력에 가담했는지 안 했는지도 재판에 회부해서 가려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김광동 / 진화화해위원회 위원장 : 아닙니다]
2018년 6ㆍ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가 고양시의회에서 통과됐지만 2023년부터 예산 부족의 이유로 지원금은 전액 삭감되었다.
유족들은 후손들에게 짐을 넘길 수 없다며 하루 빨리 금정굴로 모셔와 넋을 기려야 한다고 말한다
[노영석 / 부친 희생 : 우리 살아생전에 위령탑이라도 안치해드리는 게 소원이에요 우리 후대에 자식에게 넘길 순 없잖아요]
[채봉화 / 부친 희생 : 하루빨리 세종시에 모셔있는 유골들을 모셔다 크지도 않게 해줘도 돼요 조그맣게 해서 위령탑이나 지어주면 저희는 그걸로 만족해요. 많은 걸 바라지도 많은 걸 원하지도 않아요]
제작 : 이승창[leesc74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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