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갑질 당하면 어디에 호소?"...늘어나는 이주노동자, 줄어드는 지원센터

2024.04.01 오전 05:13
[앵커]
정부가 올해 고용허가제 취업 비자 발급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렸지만, 이주 노동자들이 받는 처우는 여전히 열악합니다.

갑질에 임금 체불까지 만연한데 정작 이주 노동자들이 문제를 상담하고 지원받을 시설들은 예산 문제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어디에 도움조차 청하기도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을 임예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지난 1월 말 '고용허가제' 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스리랑카인 A 씨는 경기도에 있는 식품 제조 공장에서 일한 지 며칠 만에 쫓겨났습니다.

단지 일이 서툴다는 이유였습니다.

대표가 기숙사 비밀번호까지 바꿔놔 맨몸으로 엄동설한에 벌벌 떨다가 겨우 다른 동료의 방에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A 씨 /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 기숙사 비밀번호를 바꿔 놔서 이 추운 날씨에 우리 세 명 밖에서 3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홧김에 고용노동부에 부당 노동 행위로 신고했지만, 돈을 벌어야 했던 A 씨는 다시 잘 해보자는 대표의 회유를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취하하고 돌아간 뒤에도 고용주의 만행은 계속됐습니다.

다른 업장으로 갈 수 있게 해줄 테니 150만 원을 내라고 했다가,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며 A 씨를 노동부에 신고해버렸습니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당장 다음 달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겁니다.

A 씨처럼 E-9 비자로 들어온 경우 체류 자격이 고용주에게 달려 있다 보니 갑질과 협박에 자주 노출될 뿐만 아니라 근무지를 옮기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고용허가제로 입국 가능한 인력은 지난해보다 37% 늘어난 16만5천 명으로,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대입니다.

정부도 E-9 비자로 일할 수 있는 업종에 음식업, 임업, 광업을 추가하는 등 외국인 인력을 점차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도움을 청할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일단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피해 신고를 하는 것부터 장벽입니다.

통역과 법률 지원 등을 돕던 전국 44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들은 올해 고용노동부의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일부 지자체가 다시 센터를 열었지만 전국에 몇 곳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영비 지원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합니다.

[황필규 / 변호사 :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고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측면, 그동안 경험을 축적해온 센터들이 일부 배제됐다는 측면, 그리고 지자체 의사에 따라 굉장히 유동적이라는 측면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넓기만 한 가운데, 이들이 최소한의 도움을 요청할 길은 너무나 좁기만 합니다.

[A 씨 /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 한국으로 3년 비자 받고 왔는데 회사에서 문제가 생겨 도움을 청했지만 별로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근무지 이탈로 불법체류자가 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와주세요.]

YTN 임예진입니다.


촬영기자;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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