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지마" 지뢰 사고에도 부하 지킨 군인의 새로운 삶

2024.06.06 오전 11:17
■ 진행 : 박석원 앵커
■ 화상연결 : 이주은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운영실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와이드]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지뢰 폭발로 왼발을 잃는 큰 부상에도 다가오지 말라며 부하들을 먼저 대피시킨 군인이 있습니다. 지난 2019년 해병대로 복무하다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한 이주은 해병 대위 이야기인데요. 지금은 제대해 서울시에서 자신과 같은 상이군인을 돕고 있습니다.

현충일을 맞아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청년들의 애환, 이주은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운영실장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실장님, 연결돼 있습니까?

[이주은]
안녕하세요, 이주은입니다.

[앵커]
안녕하십니까? 해병대 대위로 복무를 하시다가 지금은 서울시에서 운영실장, 부상당했던 군인들의 상담을 맡고 계시는데 어떻게 근무하게 되셨는지부터 사연 설명해 주시죠.

[이주은]
저는 18년도 해병대 소위로 임관했고요. 19년도에 경계전선 소초장을 하다 지뢰 폭발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치고 나서는 원래는 군인이 굉장히 멋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복무를 하고 싶었고, 그리고 복귀해서 복무를 하다가 부상 군인 지원에 대한 제도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그래서 저처럼 다친 군인들을 돕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센터를 만들고 운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생소하기도 했고 또 직접 만들기도 하셨다고 하셨는데 센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이주은]
저희 센터는 크게 세 가지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먼저 군 복무 중에 당한 부상에 대한 보상을 위한 법률 지원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사고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심리지원, 마지막으로는 사회 복귀를 위한 취업 지원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번 달이 6월 호국 보훈의 달인데 보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보훈선양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간단히 언급은 했습니다마는 5년 전 지뢰 사고 이야기, 괴로운 기억이시기도 하고 아찔한 기억이시도 하지만 여쭤보겠습니다. 당시 긴박한 상황이 있었는데 당시 상황부터 설명을 해 주시죠.

[이주은]
저는 소초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전방 갈대를 그걸 제거하라는 임무를 지시받게 됐어요. 그런데 전방 작전을 하다 보면 인원도 많이 부족하고 근무도 많이 들어가다 보니까 아무래도 대원들의 전투 피로도도 심했고 그리고 제한된 인원에서 어떻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제가 비번 때 새벽에 나가서 작업을 하면 좀 더 많은 양의 작업을 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몇 주 동안 갈대를 제거했었고 그러던 중에 저의 책임구역 중에 100m 정도 남았던 시점에서 작업을 하다 지뢰를 밟게 되었습니다.

[앵커]
지뢰를 밟았을 때 그때 그 당시의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십니까?

[이주은]
지금도 당연히 잊지 못할 정도로 당시의 냄새, 소리, 감각, 다 너무나 생생합니다.

[앵커]
당시에 소대원 1명을 데리고 제초 작업을 하고 계셨던 것 아닙니까? 그때 사고가 딱 나고 나서 그 소대원은 어떻게 반응을 하던가요?

[이주은]
제가 밟고 처음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귀에서 이명소리도 들리고 시야도 블랙아웃되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왼발을 확인했더니 날아간 제 발을 봤고 지뢰구나 판단을 했습니다. 그때 부대원이 저를 구하려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일단은 주변에 다른 지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위험도 있었고, 마침 저희 부소초장이 그쪽 시설물 점검 마치면서 지나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대원한테는 빨리 부소초장한테 가서 보고하라고 지시를 하고 저는 일단은 이 위험지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제가 작업을 해왔던 길은 굉장히 촘촘하게 밟았기 때문에 그 길로 다시 나가야 된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다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앵커]
눈앞이 까매지고 이명이 들릴 정도로 어떻게 보면 경황이 없을 텐데도 혹시라도 또 같이 부대원이 지뢰를 밟을까 오지 말라고 판단을 하셨던 것인데 그 이후에 트라우마 같은 것도 있을 것 같거든요. 이후에 트라우마 같은 것들은 없으셨습니까?

[이주은]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다친 상태에서 장애를 얻은 상태에서 사회로 복귀를 하고 부대로 복귀를 하다 보니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게 되거든요. 그때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그러면서 저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나중에는 보훈병원에 PTSD 클리닉을 1년 넘게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트라우마를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게 어떻게 보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회복한 뒤에 군 복무를 조금 더 이어가셨었는데 군 복무를 하시다가 제대를 결정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이주은]
저는 원래 단기로 전역을 하려고 했는데요. 다치고 나서 일단은 군에 너무 고마웠어요. 저 다쳤다고 해병대에서 너무나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셨고 그리고 제 대원들도 저 다친 것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면서 빨리 소초장님 복귀하시라고 그렇게 편지를 써줬어요. 그것을 보면서 빨리 대원들 곁으로 복귀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복귀를 했고 그래서 계속 군 복무를 하기로 결심을 했는데요. 다친 상태로 복귀를 하다 보니까 제도적으로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이미 몇십 년 전에 만들어진 규정이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 보니까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들이 보였고 제가 군인으로서 계속 복무하는 것도 너무나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저처럼 다친 군인들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러한 일은 전역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역을 하고 지금처럼 부상 군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부상 군인들을 도울 수 있었던 일도 계기가 필요할 텐데 서울시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신 겁니까?

[이주은]
21년 6월에 제가 다쳤을 때 저를 많이 도와줬던 하재헌 예비역 중사, 목함지료로 다쳤던 예비역 중사의 소개로 오세훈 시장님과 간담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그때 시장님을 뵙고 시장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저는 지금 현역이지만 내년에 전역을 하고 저처럼 다친 군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센터를 만들어야 된다, 도와달라 말씀을 드렸더니 시장님께서 굉장히 관심을 가져주시면서 그때부터 시와 같이 사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앵커]
부상 제대 군인을 지원하는 일. 혹은 군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쉽게 떠올리는 것은 보훈부나 국방부가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지자체, 그리고 지자체에 있는 센터가 도울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거든요.

[이주은]
일단은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인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제가 다쳤을 당시만 해도 국가유공자를 신청할 수 있는 일은 전역한 다음부터 신청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전역을 하고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고 심사 기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역하고 국가유공자로 채택되기 전, 국가보훈부의 지원을 받기 전 그 사이에 간기가 발생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군과 인과관계가 없거나 혹은 다친 게 애매하다 하면서 비해당에 판정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정부 부처 어느 곳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을 하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부분을 저희 서울시에서 지원하면서 많은 분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도와주고 정부에서도 도와주고 그리고 민간단체에서도 지원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실장님 같은 경우에도 군 복무 중에 다쳤는데 군 복무 중에는 다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받을 길은 없다는 말씀이시죠?

[이주은]
지금 입장에서는 다친 것에 대한 보상은 전역하는 시점부터 보통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심사가 이루어진 과정이 전역한 상태여서 지자체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저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게 봤을 때는 부상 제대 군인들에 도움이 절실한 상황들이 많을 텐데 혹시 기억에 남는 케이스는 없습니까?

[이주은]
일단은 제가 현역 때부터 도와드렸던 외상당하신 분들 많이 기억에 남고요. 그리고 희귀질환으로 발병하셔서 힘드신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분들은 어떻게 보면 저 같은 절단장애보다 더 힘들게 매일 약도 복용하고 보행에 지장도 굉장히 큰데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굉장히 긍정적으로 살아가시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제가 도움을 받았고요. 최근에는 32사단 수류탄 폭발 사고 때 그 훈련병을 지키려고, 살리려고 다치신 훈련 교관님을 뵙고 왔거든요. 그분도 봤더니 굉장히 의연하게 잘 극복하고 있어서 인상깊었습니다.

[앵커]
희귀질환 같은 경우에는 질환을 입증하는 데도 참 어려움이 많을 것 같고요. 특히나 센터에 방문하는 군인들 중에는 가장 많이 애로점이라고 해야 될까요. 힘들다고 하는 부분들, 가장 많이 상담하는 사안은 어떤 겁니까?

[이주은]
제가 이런 일을 하면서 정말 수백 명의 부상 군인들을 만나봤는데요. 일단은 보상에 관한 부분을 많이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다음으로 많이 물어보시는 게 명예에 대한 부분이에요. 본인이 그냥 다친 게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가 나라를 지키다 다쳤는데 이러한 부분을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아쉬움을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에 대한 보상 이외에도 그분들의 명예를 되찾아드리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한 부상 제대 군인, 그리고 또 군 복무 중에 부상을 당하고 군 복무를 이어가고 계신 군인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주은]
일단은 군 복무 중에 다친 분들을 위한 충분한 보상을 위한 법 규정 등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분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오늘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 현충일인데 지금도 과거의 실장님처럼 최전방에서 군 복무를 하신 분들도 계실 테고요. 다양한 분야에서 군 복무 중인 군인분들 계실 텐데 현충일 맞아 국가와 국민 또 군인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주은]
이번 달은 호국보훈의 달이고 또 오늘은 현충일인데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많은 선배님들께서 피와 땀을 흘려가시면서 이 나라를 만들어오셨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우리 장병들이 전방에서, 자기가 지키고 있는 자리에서 그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이 있고 우리 국민들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번 6월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분들의 헌신 저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주은 해병대위, 그리고 현재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운영실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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